[영남시론] 문재인 정부에 지방은 없다

  • 윤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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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7-28   |  발행일 2021-07-28 제27면   |  수정 2021-07-28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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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희 동부지역본부장

수도권 탐욕은 코로나 쓰나미라는 국가적 위기에도 더 극악하다. 그 대상의 한계도 없다. 경제와 문화, 교육, 정치, 국가적 새로운 먹을거리까지 끊임없이 탐식한다. 수법은 교활하다. 위선과 반칙도 서슴지 않는다. 경쟁력이라는 교묘한 잣대에 비수도권은 속절없이 무너진다.

문재인 대통령의 언어조차 공허하다. 지난 6일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지방정부가 명실상부한 국정운영 동반자"라며 분권과 국토 균형 발전을 강조했다. 이런 약속은 문 정부 출범 때부터 반복된다. 실천은 따르지 않는다. 그의 언행은 정치적 알리바이에 지나지 않는다.

이건희 미술관(서울)과 K바이오 랩 허브 프로젝트(인천) 사업은 수도권 탐식의 절정이다. 그들이 내세운 접근성과 경쟁력은 언어의 유희에 불과하다. 문 대통령이 늘 강조한 '기회 평등, 과정 공정, 결과 정의'의 말뜻은 변질된다. 기회는 독점하고, 공정은 '내로남불'이다. 문 정부의 지독한 패러독스다.

K바이오 랩은 대전이 기획한 사업이다. 대구와 경북도 모처럼 상생·협력으로 포항을 대표 주자로 내세웠다. 탐욕의 쓰나미에 아이디어 제공 도시나 자치단체 상생·협력 방안도 휩쓸려 간 셈이다.

문 정부의 비수도권 대응 방식은 철저한 갈라치기다. 명분은 경쟁력이다. 목마른 지자체들이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이건희 미술관 유치에 44개 지자체가 몰린다. 하지만 모든 인프라가 갖춰져 있는 수도권이 어떤 평가를 해도 유리하다.

수도권 규제 역시 무용지물이다. 앞선 정부들은 시늉이라도 했건만, 문 정부에선 노골적인 수도권 편애다. 수도권 유턴 기업에 보조금 지원 등 집중을 가속하는 정책을 명문화한다. 눈치 보는 기업에 멍석을 깔아준 것이다. 미래 먹을거리 산업의 수도권 집중은 더 심화된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인천 바이오집적단지 등 유망산업 기지가 수도권에 속속 둥지를 튼다. 파멸적 집중이다. 문 정부 들어서 지방 소멸의 시계가 더 빨라진다.

최근 정부·여당은 슬그머니 비수도권에 당근을 내민다. 행정수도 이전과 대형 SOC 사업이 그것이다. 새로운 인프라, 균형 개발을 요구하는 민심을 절묘하게 자극한다. 노림수는 선거용 국면 전환이다. 설익은 균형 발전정책은 갈등과 분열을 촉발한다. "균형 발전정책은 선거를 의식해 하루아침에 만들어서는 안 된다"라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고는 안중에도 없다.

비수도권의 대응은 정교하지 않다. 문 정부의 편애를 압박할 역량이 부족하다. 상생·협력의 힘은 떨어진다. 쟁점은 느슨해진다. 지역 간 갈등과 질투도 격화된다. 수도권의 시선은 냉담과 경멸이다. 영남권 공항이 바로 그것이다. 비수도권의 상황은 절박하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새로운 비법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해결책은 지금도 있다. 정작 필요한 것은 그 해결책을 적용하려는 정치적 의지다.

우선순위는 상생·협력이다. 각자도생의 목소리는 희미하다. 상생을 위해 일보 후퇴할 수 있는 용기는 공세적 능력을 준다. 그 투혼은 비수도권의 크나큰 무기다. 협력은 여론을 환기하고, 민심을 격발시킨다. 그것으로 수도권의 탐욕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희망은 없지 않다. 대구와 광주가 손을 잡고 추진하는 달빛내륙철도 사업, 영남권 5개 광역단체가 모인 영남권발전협의회 등 협력의 싹이 움튼다. 하지만 갈 길은 멀기만 하다. 상생 연대는 비수도권의 강한 결속력이 있어야 그 가치를 발휘한다. 새로운 균형 발전 로드맵도 이런 바탕에서 나와야 한다. 그것이 수도권 일극주의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대한민국의 출발점이다.
윤철희 동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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