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지대] 미얀마와 아프가니스탄을 바라보는 마음

  • 백수범 법률사무소 조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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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09-13   |  발행일 2021-09-13 제25면   |  수정 2021-09-13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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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범 법률사무소 조은 대표변호사

우리도 군부 쿠데타와 내전을 겪은 탓에 미얀마와 아프간에 마음이 쓰이는 분이 많을 것이다. 미얀마는 70여 년 전 6·25전쟁 때 우리에게 5만달러 상당의 쌀을 보내준 인연이 있다. 지금도 경제적으로 넉넉한 나라가 아닌데 당시로선 큰 도움을 준 셈이다. 세월이 흘러 이제 우리가 더 발전하고 넉넉해진 상황.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200일이 지나고 아프가니스탄 등 여러 해외 이슈에 묻혀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지만 계속해서 희생자가 늘고 있는 미얀마의 상황은 여전히 심각해 보인다. 우리 시민들이 미얀마 사람들을 도울 방법은 없을까.

그런데 있다. '반갑다 친구야'와 아시아평화인권연대가 마스크를 모아 보내는 운동을 하고 있다. 생필품이 부족해 마스크조차 구하기 어렵다고 하니 이제 국내에서는 남아도는 품질 좋은 한국산 마스크를 보내면, 미얀마 사람들과 우리나라 마스크 생산업체에 모두 도움이 될 것 같다. 6·25 때 진 빚을 갚는 마음으로, 또 어려움에 처한 미얀마 사람들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동참하실 분들은 오는 30일까지 '경북 영덕군 영덕읍 강변길 186 반갑다 친구야! 물품 창고'로 KF94나 KF80 또는 KFAD 마스크를 택배로 보내면 함께할 수 있다. 돈은 받지 않고 마스크 현물만 가능하단다. 덧붙여 택배는 선불로 보내주시면 좋겠다고 한다.

매주 목요일 오후 7시 대구 중구 공평동에 있는 2·28기념중앙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목요촛불집회에 참가하는 방법도 있다. '새로운 대구를 열자는 사람들의 모임' 회원들이 주축이 된 대한미목회 주최로 대구시민과 대구에 사는 미얀마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지난달 말에 20차를 맞았다고 하니, 봄부터 한여름을 지나 가을에 들어서까지 보통 정성이 아니다. 그 정성이 미얀마 민주주의의 회복과 발전에 반드시 도움이 될 거라 믿으며, 동참하실 분들은 2·28기념중앙공원 입구 평화의 소녀상 앞으로 나가면 함께할 수 있다.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탈환한 아프가니스탄 사정도 긴박하다. 잡히면 죽는다는 공포감에 미군공항으로 몰려든 사람들의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다. 아기라도 살려보려고 철책 위에 서 있는 미군에게 아기를 건네는 아빠의 모습, 비행기 바깥에 매달려 있던 사람이 이륙한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모습이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나마 우리 공군이 미라클 작전을 말그대로 기적처럼 성공시켜 우리 대사관과 우리나라 관련기관에 근무하던 아프간 사람들과 가족들 수백명을 안전하게 데려온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데리러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 것에 감사하고,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데에 자긍심을 느낀다.

미군에게 건네진 그 아기는 어떤 인생을 살게 될까. 우리나라로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가족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공군에 복무하면서 군 수송기를 타 보았기에 우리나라로 오는 13시간 동안 군 수송기 안에서 아프간 가족들이 느꼈을 심정이 짐작되었다. 뜨거운 엔진바람이 들어오고 엄청나게 큰 엔진소리 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사람과도 대화가 어려운 군 수송기 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서 많은 생각이 들었으리라. 군 수송기는 창문이 몇 개 없고 그나마도 아주 작아서 밖을 제대로 볼 수 없으니, 밤인지 낮인지 바다 위인지 땅 위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마치 자신들의 앞날 같다고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충북 진천 주민들이 내건 현수막 인사로 우리의 마음을 전한다.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합니다. 머무는 동안 편하게 지내다 가시길 바랍니다.'
백수범 법률사무소 조은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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