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협쟁 시대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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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18   |  발행일 2021-10-18 제27면   |  수정 2021-10-18 07:06

이 세상 생명체들은 경쟁 속에서 생존한다. 심지어 식물들도 경쟁하면서 자란다. 경쟁에서 이겨야 살아남게 돼 있다. 복잡다단한 인간 세상의 구조는 더욱 그렇다. 패자는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 이 인간세상의 가동 법칙이다.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 토드 부크홀츠는 "행복은 일에서 탈출할 때가 아니라 경쟁하는 데서 생긴다"고 설파했다. 극심한 경쟁에서 이겼을 때의 성취감과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것임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경쟁만이 능사인가? 협력도 있지 않은가.

현대를 흔히 '협쟁(co-opetition) 시대'라고 한다. 협쟁은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의 합성어다. 승자와 패자가 확연히 갈라지는 제로섬(zero-sum) 경쟁이 아니라, 경쟁자들과 때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면서 동반성장을 도모하는 방식이다.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는 현대식 경영전략으로 '적과의 동침'인 셈이다. 이 협쟁이라는 용어는 1944년 미국 수학자 존 폰 노이만과 오스트리아 경제학자 오스카 모르겐슈테른이 공동으로 저술한 '게임이론과 경제행동'에 처음 선보였다.

협쟁은 금융권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은행·카드사 등의 전통 금융사와 신흥 경쟁자인 빅테크·핀테크 등의 금융 기술기업들이 때로는 협력하고 때로는 경쟁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간편결제 시장에서 카드사들은 각 사의 간편결제 애플리케이션에서 타사 카드도 등록해 결제할 수 있도록 손을 잡았다. 빅테크와 핀테크가 선보인 '페이' 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였다. 은행과 증권사가 네이버와 손잡고 대출상품과 종합자산관리계좌 등을 선보이는 것도 협쟁의 사례다.

치열한 경쟁만 있는 사회는 너무 긴장되고 각박할 것이다. 그렇다고 경쟁 없이 협력만 있어도 그 사회는 뭔가 나태해질 것이다. 적당한 경쟁이 있고, 또 적절한 협업이 있어야 그 사회는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협력과 경쟁이 공존하는 협쟁, 조직의 건강과 발전을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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