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메일] 과학을 이기는 정치구호

  • 홍석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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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0-24   |  발행일 2021-10-25 제25면   |  수정 2021-10-24 17:00
홍석준

산업화 이후 개발 경쟁에 몰두하던 인류에게 최근 환경이 가장 큰 화두가 되었다. 이제는 ESG, 기후위기,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 등의 단어가 낯설지 않은 세상이 됐다.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한 국제사회는 2015년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하고 각 국은 탄소중립 정책을 발표 및 추진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UNCTA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역사상 최초로 57년 만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에 합류한 우리나라는 기후위기를 선도하는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유럽연합, 스웨덴, 영국, 프랑스 등에 이어 전 세계 14번째로 탄소 중립을 법제화 했다.


하지만, 文정부의 탄소중립 계획은 끊임없는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탄소중립 정책은 기본적으로 에너지 수요공급의 차원에서 과학적으로 접근해야하는데, 정치구호처럼 탄소중립 목표를 단순히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10월 18일 탄소중립목표를 상향하는 최종안을 발표하며 논란은 가중 됐다. 탄소중립위원회가 채택한 최종안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이하 NDC)를 2018년 대비 36.6%에서 40%로 상향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NDC 상향을 목표로 한 근거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근거와 설명이 부족한 NDC 상향 계획으로 인해, 전문가들은 더 많은 산업계의 희생이 요구될 것이며 아울러 전기료 인상으로 국민들의 가계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벌써 전기료 인상은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전력은 8년 만에 전기료 인상을 발표했다.


탄소중립의 핵심은 화력발전 비중을 낮추고 것으로 큰 틀에서 두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하나는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기술을 이용해 에너지의 생산과 이용에 발생되는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 각국은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인데, 흥미로운 점은 원전 선진국들은 원자력 발전을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매우 중요한 기술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이미 차세대 원전기술 개발을 위해 경쟁 중이고, 원전 강국이면서 탈원전을 선언했던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2030'이란 대규모 투자계획을 공개하며 원전과 수소 발전을 에너지 분야의 중점 사업으로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정부와 여당은 탄소중립을 강조하면서 신재생에너지만 고집하고, 탈원전을 급박하게 추진하고 있다. 외국과 한국은 다르다고 이야기 하고 싶겠지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에 참석한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이 "원전 없는 탄소중립은 가능하지 않다"고 까지 할 정도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다시 한 번 탄소중립 계획을 재고해 봐야할 것이다.


탄소중립은 철저하게 과학적 접근방법에 기반해야하는 것이지 정치적인 목표설정과 구호로 이뤄질 수 없다. 현실성 없는 탄소중립을 선언하기 보다는 그린 플레이션(Greenflation)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전환 정책에 있어 정부와 여당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홍석준 <국회의원 (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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