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김종인 정치인생, 실패로 끝내지 않기를

  •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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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11-29   |  발행일 2021-11-29 제27면   |  수정 2021-11-2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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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논설위원

결국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선거대책위원회 합류가 불발됐다. 20여 일의 줄다리기에도 결국 파탄이 난 채 선대위가 출발한 것은 윤석열 후보가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선임을 강행한 것이 주요 요인이다. 자신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선대위가 물 건너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김 전 위원장은 이른바 시합 중의 시합인 '빅게임' 대선전이 열렸는데도 스스로 언급했던 대로 '앞으로는 더 이상 정치를 말하지 않게 될 것'인가.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지난해 4·15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장으로 보수진영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정부 탄생의 기틀을 마련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이 크다'면서. 앞서 김 전 위원장은 18대 대선 때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도와 승리를 이끌었으나 자신이 제기한 경제민주화 정책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자 보수를 박찼다. 그리고 얼마 뒤 당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당시 민주당 문재인 대표의 삼고초려에 좌파진영으로 가서 총선 승리를 일궜다. 민주당에서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친문 세력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다시 그는 임기가 보장된 비례대표 의원직까지 버리면서 민주당과의 관계를 정리했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저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두 번 배신을 당했다"라고 규정했다. 배신을 당했다고 했으나 그것은 스스로 실패를 했다고 고백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 1990년대·2000년대에 교수이자 논객으로, 2010년대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으로 김 전 위원장과 함께 활동했던 이상돈 전 국회의원(비례대표)의 증언은 새겨들을 만하다. 이 전 의원은 지난해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김종인의 결별 등 박근혜 정부 시절 아쉬운 대목이 많다는 질문에 "김종인 박사를 견제한 사람도 있었겠지만, 본인도 웬만하면 받아들여 도와야 하는데 내가 다하지 않으면 안 한다 하니 파탄이 났다"고 술회했다. 박근혜 정부 초기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현재 윤석열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김종인 전 위원장은 지난 대선 출마에 대해서 같은 저서에서 "그때 내 나이가 이미 팔십 가까이 되었다. 권력에 대한 욕심 같은 것을 부릴 만한 나이가 아니다"라며 "임기가 보장된 국회의원 자리마저 내려놓고 그렇게 나선 것은 더 이상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마지막 사명과 책임감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보수·우파에서 어떤 족적을 남기고 싶은가'라는 질문에는 "수권 가능성 있는 집단으로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고령에도 정치 최일선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것은 국가적 소명 의식 때문이었다는 의미다. 김 전 위원장의 노력은 어느 정도 결실을 보았고, 보수·우파진영 유권자들은 정권교체 가능성의 기대를 키울 수 있게 됐다. 그런데 '별의 순간'을 앞두고 김종인 전 위원장이 끝내 윤석열 후보가 제시한 총괄선대위원장으로서 '통합 선대위' 참여를 거부한다면 얼마나 허망할지…. 어쩌면 그것은 한 정치 전문가의 언급대로 '대한민국 정치사를 써온 역대급 정치인의 마지막 실수'가 될 수도 있다. 선대위 내 역할에 대한 이견은 업무 분담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김 전 위원장이 '김종인=선거 승리'라고 믿고 있는 보수·우파 유권자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이영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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