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지방간

  • 원도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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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1-26   |  발행일 2022-01-26 제27면   |  수정 2022-01-26 07:11

푸아그라는 프랑스인들이 최고급 식재료로 꼽는 살찐 거위의 간을 말한다. 간에 낀 지방이 최대치에 이른 부어오른 간이다. 이런 간으로 만들기 위해 거위에게 과도한 음식을 주고 강압적으로 먹게 만든다고 한다. 기름기가 많을수록 고가에 팔린다고 하니 특이한 현상이다. 대다수 사람들이 탐탁잖게 생각하는 지방이 이렇게 귀한 대접을 받다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거위뿐 아니라 사람도 다들 꺼려하지만 지방간인 경우가 적지 않다. 의학적으로 간세포 속에 지방이 5% 이상 축적된 간을 지방간으로 분류한다. 지방간은 지나치게 비만하거나 술을 너무 많이 먹은 경우 생기기 쉽다. 그래서 알코올성 지방간과 비알코올성 지방간으로 나뉜다. 간에 기름이 끼어도 심하지 않을 경우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이게 문제다. 우연히 신체검사 때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환자에게서 피로감·식욕부진·전신쇠약감·우상복부 불쾌감·오심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고 한다.

얼마 전 대구 동구의 한 내과에 가서 검진을 했더니 지방간 판정이 나왔다. 수치가 높지 않아 그리 심하지 않다는 판정이 나왔지만 의사는 "약을 좀 먹는 게 어떠냐"고 했다. 필자는 약에 대한 거부감이 유달리 강하다. 약은 독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방에 살면 다 지방간 아니냐?"면서 약을 일단 거부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랬더니 그 의사는 약간 시니컬한 어투로 "맘대로 하세요"라고 권유를 철회하는 게 아닌가. 의사가 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면 약을 억지로라도 권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그냥 한마디 툭 던져보고는 그만두는 상황이어서 썩 난감했다. 애초에 약을 안 먹어도 되는 상태였다는 말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아니면 쥐뿔도 모르면서 아는 척하는 환자의 모양새가 미워서 '너 좀 고생해봐라'하는 심보이거나 둘 중 하나인 게 분명했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술만 끊으면 대개 정상화된다. 회복이 안 될 경우 간장약을 복용하면 된다. 한 가지 병에 백 가지 처방이 있다고 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원도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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