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세계사와 통하는 매운맛 조선사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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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3-31 19:53  |  수정 2022-03-31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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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와 통하는 매운맛 조선사김용남 지음|바틀비|296쪽|16,800원

"프랑스 혁명 당시에 이런 말이 있었죠. '루이 왕은 무죄일 수도 있다. 그러나 루이가 무죄면 혁명이 유죄가 될 것이다. 지금에 와서 혁명을 유죄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러니 루이가 죽어야 한다'. 어쩌면 고려 말의 상황도 같은 흐름이었을 겁니다. 위화도 회군을 유죄로 만들 수 없으니 고려는 망해야 했습니다."(43쪽)

1392년 건국부터 1910년 망국의 날까지 조선의 역사를 돌아보는 새로운 개념의 역사서가 출간됐다. '세계사와 통하는 매운맛 조선사'는 조선 건국부터 멸망까지의 주요 흐름을 33가지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500년 조선의 빛과 그늘을 살핀다. 조선의 생애 주기를 꿰는 통사 역사서는 많았지만 이 책은 세계사의 창을 통해 조선을 비교 고찰한다는 점에서 여타 역사서와 구별된다.

저자 김용남은 교단에서 역사를 오랫동안 가르쳤고 지구촌 80여 개 국가의 역사 문화 현장을 수시로 답사하며 세계사의 산 지식을 쌓아왔다. 그는 "조선을 온전하게 이해하려면 같은 시대 세계 여러 나라 상황과의 비교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자국의 역사만 아는 것은 자국의 역사도 (제대로) 모르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14세기부터 20세기까지 세기별로 조선을 살피면서 같은 시기 다른 나라들의 상황, 또는 시대가 다르더라도 세계사에 등장한 유사한 성격의 역사적 사건과 경험을 수시로 소환하여 조선사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근거를 제시한다. 또한 경제, 기후, 과학기술이 역사에 미친 영향에도 주목한다. 역사의 큰 흐름을 쉽게 일별하기 위해 세기별 국왕 중심의 정치사를 씨줄로 삼지만, 날줄에서는 정치사 못지않게 경제와 기후의 변화, 대기근과 전염병의 확산, 과학기술이 백성의 삶에 미친 영향까지 꼼꼼하게 살핀다.

'세계사와 통하는 매운맛 조선사'는 저자 김용남과 제자 지혜가 조선사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꾸몄다. 지혜는 저자의 역사 수업을 함께한 여러 열성 제자들을 대표하는 캐릭터이다. 순수한 호기심과 젊은 시각으로 끊임없이 던진 학생들의 33가지 질문은 그대로 책의 뼈대가 되고 각 단원의 주제가 된다. 이처럼 '세계사와 통하는 매운맛 조선사'는 생동감 넘치는 실시간 대화를 통해 오늘의 한국을 살아가는 젊은 시각과 세계사의 격변을 체험한 기성세대인 저자의 풍부한 지식과 삶의 관조를 함께 읽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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