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노동착취 선거사무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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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4-08   |  발행일 2022-04-08 제23면   |  수정 2022-04-08 07:08

전국공무원노동조합 포항시지부가 지난 5일 포항시 남구선관위 앞에서 '지방공무원에 대한 부당한 선거사무 처우 개선'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살인적인 노동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도 안 되는 수당과 시대에 뒤떨어지는 부당한 업무로 조합원들의 불만이 극에 달했다"며 "관례로 이어져 온 지방공무원 노동력 착취가 이제는 멈춰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 때마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떠안는 선거사무는 선거 공보물 발송과 벽보 부착, 투표소 설치·철거, 개표 등 잡다하다. 이런 일들은 본래 지자체 공무원들의 일이 아니지만 피할 수 없는 관행이 됐다. 그중 공무원들이 가장 꺼리는 업무는 개표작업이다. 오후 5시쯤부터 동원돼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개표 작업은 잠시도 한눈을 팔 수 없는 긴장의 연속이다. 지난달 치러진 대선에서는 방역수칙에 따라 개표가 완료될 때까지 쉬는 시간이나 간식은커녕 물 한 모금도 마실 수 없었다. 이런 노동에 대한 보상은 하루 수당 6만원이다. 개표 다음날 공무원들은 정상 출근을 해야 한다. 개표가 새벽에 끝나 잠 한숨 못 자고 출근해도 대체휴무 등의 배려는 없다.

선거사무 종사 조건이 이렇게 불합리하지만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으면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 놓았다. 맡겨진 직무를 거부하거나 수행하지 않으면 100만원, 직무를 게을리하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된다. 공무원노조 포항시지부의 집회는 이런 부당한 처사에 대한 인내가 임계점에 달했다는 신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공무원들의 이유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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