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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경북본사1부장 |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코로나19라는 긴 겨울의 터널을 지나 상큼한 꽃내음을 풍기는 봄이 왔네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2년여 만에 제대로 된 봄을 만끽하고 있다. 늦은 시간까지 왁자지껄한 동네 식당가의 소음마저도 정겹고, 회사마다 일정을 잡느라 정신없는 회식 소식도 신선하게 다가온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장소를 불문해도 되고, 인원 때문에 눈치 보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이 그저 반갑기만 하다.
국민들은 2020년 이후 지속됐던 사회적 거리두기로 많은 불편을 감내해 왔다. 부족한 마스크를 사기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는 것은 물론 개인정보인 이동경로를 고스란히 노출해야 하는 QR체크인과 방역패스 등은 인내를 넘어 힘든 고통을 요구하기도 했다.
코로나19는 지역 경제의 한 축을 담당했던 축제행사에도 큰 타격을 줬다. 경북 23개 시·군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축제와 행사를 줄줄이 취소하거나 잠정 연기했다. 예정했던 축제와 행사 중 일부를 진행하더라도 비대면 행사로 전환하는 등 조심스러운 행보를 이어갔다.
하지만 5월부터 실외 마스크 의무가 해제된 데 이어, 이달 말부터는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격리의무도 사라진다. 이젠 '위드 코로나'와의 동행이 시작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잠시 멈췄던 경북의 축제들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하면서 경북의 지자체들은 그동안 취소하거나 축소했던 축제를 제대로 열겠다며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실제로 올 하반기까지 예정된 경북도 내 축제행사는 무려 80개가 넘는다. 6월 초 예정된 지방선거도 지역 축제를 빠르게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문경 찻사발축제는 지난달 30일 개막행사를 시작으로 오는 8일까지 문경새재 야외공연장 등에서 열린다. 또 영주선비문화축제와 고령대가야축제도 어린이날에 맞춰 개막한다. 12일에는 영양산나물축제, 28일에는 영주소백산철쭉제, 6월에는 김천자두축제 등이 잇따라 선보인다.
하지만 곳곳에서 봇물 터지듯 들려오는 축제 진행 소식에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없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오랜 기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축제 기획사와 이벤트 회사 등 축제 진행에 필요한 운영 주체가 부족한 데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비용까지 늘어나면서 일부 축제는 차질이 우려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특히 향후 예정된 축제 상당수가 비대면 온라인 행사를 병행할 예정이어서 축제라는 명칭을 무색하게 하면서 일정만 소화하는, 보여주기식 행사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축제가 축제다우려면 흥, 즉 즐거움이 있어야 하는데 드라이브스루나 온라인 참여 방식의 축제로는 실질적인 볼거리나 즐길 거리를 제공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성공적 축제를 통한 지역경제 회복이라는 온전한 결실을 보려면 냉철한 취사선택의 고민을 해야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제시한 대로 축제가 지역의 이미지를 높이고 지역경제까지 살리는 든든한 효자가 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대목이다. 지자체만 만족하는 축제가 아닌, 즐거움과 감동이 넘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찾아오는 축제를 키우는 선택과 집중의 시간이 절실한 시점이다.
홍석천 경북본사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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