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와 온기 스민 한땀한땀 바느질 묵주...김선옥 아델리나 '묵주가 있는 풍경'展

  • 박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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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0   |  발행일 2022-05-11 제21면   |  수정 2022-05-11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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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아델리나 '천 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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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아델리나 '천 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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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옥 아델리나 '기도 드림'

"묵주를 만드는 일은 내가 드릴 수 있는 최고의 기도다."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묵주를 만들고 기도가 담긴 그림을 그리는 김선옥 아델리나 작가의 제9회 개인전 '묵주가 있는 풍경'이 11일부터 17일까지 대구가톨릭대 DCU갤러리(매일신문 1층)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천 묵주 100여개 및 돌 묵주 100여개, 회화 30여점(묵상 그림 약 20점, 기도 그림 10여 점)을 선보인다.

서울교대 미술교육과와 한성대 서양화과(초등 교사 재직시절, 꿈에 그리던 미대 진학을 위해 편입)를 졸업한 김선옥 아델리나는 2007년 창이공항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 수산나 수녀가 하얀 보자기에 쌓인 묵주 재료를 건네준 것이 계기가 돼 지금까지 묵주를 만들고 있다.

"제가 물건을 만든다면 묵주처럼 귀한 물건이 있을까 싶었어요."

1989년부터 지난 30여 년간 싱가폴·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에서 살고 있는 작가는 그렇게 묵주를 만든 지 16년이 됐고, 잠시 귀국해 전시회를 갖는다.

요양원이나 병원 침대에서 묵주를 손에 쥐고 있는 이들에게 돌이나 금속, 유리 묵주는 차갑다. 심지어 나무 묵주조차도. 그래서 그는 헝겊 묵주를 만들게 됐다고 했다.
"면으로 만든 묵주는 가볍고 따스하고 화사해요."

천 묵주는 여느 묵주보다 많은 시간과 정성, 기도가 담긴다. '바틱'이라 불리는 인도네시아 전통 염직법으로 염색한 천에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만든다. 하나의 구슬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15~20분. 60여 개의 구슬을 만들고 엮고, 십자가와 방석을 만들고 수를 놓는다. 이 작업을 뜻을 같이하는 인도네시아 메단에 있는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수녀회(SFMA, 한국순교성인관구)' 메단 지원의 수녀들과 함께 한다.

전시 수익금은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수녀회를 통해 인도네시아의 아이들 공부방과 그 외 여러 활동에 쓰이고 있다.

김선옥 아델리나는 "기도를 드리고 묵주를 만들고 자선기금을 모으고 후원하면서 한 발 한발 주님의 산으로 오르는 기쁨을 누리는 것만 같다"면서 "천으로 만든 묵주는 특허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시장에서는 작가의 기도가 스며있는 회화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가족들이 이사를 가고 인도네시아에 혼자 남아 있을 때 '칼라테아 브라질리언'이라는 꽃을 보고 기도에 대한 묵상이 떠올라 그린 '묵상 연작'을 선보인다. 작가는 "아침 묵주 기도 후에 칼라테아 브라질리언의 새로 올라온 싹을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땅 속에서 뿌리가 무수히 연결된, 뿌리가 강한 꽃이었다. 기도, 노력, 실천도 모두 서로 연결되고 모이고 쌓여 어느 날 꽃이 올라오듯 기도가 이뤄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후에 이 꽃의 꽃말이 '기도하는 식물'이라는 것을 알고 소름이 끼치도록 놀랐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도와줄 곳은 더 많아졌다. 하지만 후원은 줄어 힘든 상황에서 전시를 하게 돼 따뜻한 도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주희기자 j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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