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끌어주고 밀어주고…지역中企 성장 동반자 '협동조합 4총사'

  • 정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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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5-19  |  수정 2022-05-19 08:17  |  발행일 2022-05-19 제13면

중소기업중앙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대구에는 중앙회와 같은 해에 설립된 4개 협동조합이 있다. 반세기가 넘는 기간 동안 지역 중소기업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이들 4개 조합 이사장을 만나 창립 60주년을 맞은 소회와 향후 발전 방향을 들어봤다.

대구경북기계협동조합 최우각 이사장

"회원사 88개서 500여개로
이젠 스마트공장 시스템화
미래형 車부품산업 대전환"

60년 끌어주고 밀어주고…지역中企 성장 동반자 협동조합 4총사

기계·금속, 자동차 부품 산업은 대구지역의 중추산업분야다. 1962년 조합 설립 당시 88개 회원사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500개 이상 회원사가 가입될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초기엔 주물업체가 주를 이뤘지만 자동차 부품, 일반 산업기계, 농기계, 철강, 섬유기계, 공작기계 등 업종도 다양화됐다.

최우각 이사장은 "2000년대 이후 지역을 대표하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면서 "그동안 단순가공, 조립형 범용제품 생산에 주력해왔다. 이제는 스마트공장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한편, 미래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전기·미래형 자동차 부품산업을 육성하는 클러스터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조합은 공동구매사업, 소액수의계약추천 등 다양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전문인력양성, 일학습병행제, 청·장년 및 경력 단절여성 취업 지원 등을 통해 취업난, 구인난 해소에도 앞장서 왔다. 중소기업 CEO 포럼 등 세미나, 간담회를 개최해 정보교류 및 경영 활성화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해외 마케팅지원, 수출역량강화사업이다. 최 이사장은 "지역 중소기업의 원활한 해외시장 개척, 글로벌 경영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구축한 38개 해외거점을 활용해 해외시장 경쟁력 제고에 나설 계획"이라며 "코로나19로 해외 교류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엔데믹이 가까워지면서 수출 상담, 박람회 참가가 점차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우각 이사장은 "짧지 않은 시간 동안 협력을 위해 헌신한 역대 이사장, 임원, 회원사에 감사를 표한다. 중소 제조기업의 건전한 발전과 회원 상호 간 정보교류, 복리 증진에 최선을 다하겠다. 지역 기계 산업의 든든한 동반자로서 역할과 기능을 폭넓게 실천하는 조합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니트공업협동조합 김강석 이사장
"지역 대표 섬유산업의 한 축
인력수급 해결 및 기술개발
경제발전 근간 이룬 영광 재현"

60년 끌어주고 밀어주고…지역中企 성장 동반자 협동조합 4총사



섬유산업은 1960~1970년대 한국경제 발전의 중심이었다. 섬유 도시 대구의 위상도 높았다. 니트공업은 노동집약적 풀뿌리 산업으로 섬유산업의 한 축을 형성했다.

대구경북니트공업협동조합은 1962년 중소기업협동조합법 시행에 따라 설립됐다. 1930년 조합의 전신인 경북메리야스공업조합이 창설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 역사는 92년에 이른다.

김강석 이사장은 "1960년대 달성공원 인근에 5층 규모 회관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내실 있는 조합이었다"면서 "니트공업은 광복 전후 산업발전의 역사를 함께한 분야라 할 수 있다. 초창기 보온성 위주의 제품을 생산했으나 차츰 디자인이 접목됐고, 최근엔 기능성·친환경을 고려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섬유산업이 점차 쇠퇴하면서 지역 중소기업이 겪는 침체기도 길어지고 있다. 조합은 원재료 공동구매, 생산제품 단체계약 추진 등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개발 맞춤 인력양성, 경영 지도사업을 통해 지역 니트산업이 재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영세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이 지속되려면 협동조합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그는 "협동조합이 구심체가 되려면 과감한 정책,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 특히 니트업종은 유휴 노동력을 활용해 왔지만 인력수급이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심각하다. 이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강석 이사장은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저변에는 섬유산업이 있었다"면서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건 조합원들이 지혜와 용기를 모아준 덕분이다. 기술개발, 시스템 전환으로 니트 공업이 과거 영광을 되찾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했다.

대구경북인쇄정보산업협동조합 권영근 이사장
"IT·모바일 시대에도 건재
지역 맞춤형 인력양성 등 지원
시대변화에 유연한 적응 노력"

60년 끌어주고 밀어주고…지역中企 성장 동반자 협동조합 4총사



대구의 인쇄산업은 근현대사 발전과 함께 성장해왔다. 광복 이전 인쇄업 종사자들은 항일 운동에 가담했고 중구 남산동 인근에는 관련 업종이 밀집했다. 한국전쟁을 계기로 인쇄시설, 인력이 대거 유입되면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인쇄조합은 설립 이후 경제개발 시대 기업의 수출 동반자로서 각종 인쇄물을 공급하는 역할을 했다. 2000년 중구 대봉동에 5층 규모 건물을 매입해 '인쇄정보회관'을 마련하고 현재 이름으로 개칭해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2013년에는 달서구에 대구출판산업단지가 준공됨에 따라 새로운 인쇄 집적지가 조성됐다.

권영근 이사장은 "인쇄산업은 지식산업으로 당대 지식인층이 주도했던 산업"이라며 "IT, 모바일 발전으로 인쇄 매체가 사라질 것이란 예상도 있지만 발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시대변화에 맞게 인쇄 산업도 유연하게 적응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협동조합 본연의 기능인 조합원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기본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의견수렴을 통해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있다. 대구시 지원을 받아 지역 맞춤형 인력양성사업을 시행하며 대학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실무교육 후 실제 취업도 돕고 있다. 대구인쇄출판 디자인공모전을 개최해 브랜드 가치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 인쇄기 냉각수, 폐윤활유, 잉크캔 등 관련 폐기물 처리과정을 지원하는 '폐기물 공동처리' 사업은 올해부터 시작해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권 이사장은 "협동조합은 다수가 뜻을 같이 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본질"이라며 "조합원을 섬기는 마음으로 모든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 인쇄산업은 민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지식·정보·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이 크다. 인쇄산업의 가치와 순기능에 대한 자부심을 잃지 않도록 또 다른 60년을 향해 나아가겠다"고 했다.

대구경북알루미늄비철금속공업협동조합 김정욱 이사장
"알루미늄 중심 기술발전 추진
잘 갖춰진 인프라 활용·R&D
차별·고급화로 재도약 발판"

60년 끌어주고 밀어주고…지역中企 성장 동반자 협동조합 4총사



비철금속은 철을 제외한 금속을 총칭한다. 전기·전자·반도체·자동차 등 전 산업 분야에 기초 소재를 공급한다는 점에서 중요도가 높다. 대구는 조합이 설립된 1960년대 당시 비철금속 가운데 알루미늄 제품, 주방용품, 건축자재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다수 포진돼 이를 중심으로 기술발전을 이뤘다.

김정욱 이사장은 "60주년을 자축해야 하지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한때 업종 점유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고 지역 경제를 이끌어간다는 자존심이 있었다. 하지만 업계가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어려움이 적잖다"고 했다. 이어 "그래도 대구는 업종 관련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공정을 개선하고 특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투자한다면 재도약할 기회는 있다. 회원사들과 상생을 통해 같이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합은 공동구매, 공동판매를 통해 회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공동표준을 마련하고 홍보 및 각종 전시회 참여도 돕는다. 2017년에는 회원사 13개사가 공동브랜드를 등록했다. 스마트공장 시스템 도입 등 지원사업 참여를 독려하면서 경영개선을 위한 컨설팅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차별화, 고급화를 하지 않으면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특히 알루미늄을 포함한 비철금속 산업은 꾸준한 기술개발이 이뤄져야 발전이 가능하다. 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일회성이 아닌 연속성 있는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 끝으로 김 이사장은 "조합을 중심으로 업계 기업들이 융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단절하지 않고 서로 소통하는 게 중요하다. 어려울 때 힘이 될 수 있는 조합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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