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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에 거주하는 80세 주홍식씨가 11일 팔순잔치가 열리는 청도로 가는중 촬영을 위해 라이딩을 잠시 멈추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경산 '강산MTB'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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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에 거주하는 80세 주홍식씨가 10일 MTB 라이딩 완주 메달과 인증서가 걸려있는 자신의 이발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윤제호기자 |
면허증에는 이발소 주인의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있다.
'주홍식. 1943년생'
올해 80세인 주홍식 할아버지는 자전거의 두바퀴 세상속에서 나이를 잊고 산다.
10년전 혼자 MTB를 타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50대에는 등산을 즐겼다고 한다.
"등산을 하면서 전국 유명한 산에는 다 가봤다. 그런데 요즘에는 자전거를 탄다고 산에는 못간다. 하산할 때 무릎에 무리가 오던 참에 (이발소)손님이 자전거를 권유해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7년전 경산 '강산MTB동호회'에 가입하면서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평균 시속 20~25km로 달린다. 동호회 고문으로 활동하면서 달린 거리는 1만5천km를 훌쩍 넘긴다.
김기환 강산MTB회장은 할아버지의 실력을 엄지척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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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에 거주하는 80세 주홍식씨가 11일 팔순잔치가 열리는 청도를 향해 라이딩하고 있다.(경산'강산MTB'제공) |
할머니는 아직 할아버지의 실력을 모른다. 함께 자전거 타는 젊은 사람들 애먹인다며 라이딩을 말린다고 한다.
그 흔한 고혈압·고지혈증조차 없는 할아버지는 손님들에게 자전거 예찬론을 펼친다. 이중 5명은 동호회 회원으로 가입시켜 같이 활동하고 있다.
할아버지에게는 특별한 룰이 있다. 화요일에만 자전거를 탄다. 이발소가 쉬는 날이다.
"몇년전 제주도에 가서 230여km를 달린적이 있는데, 무박2일로 했다. 몰아치는 비바람속에 종주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바로 이발소 문을 열었다."
동호회는 한달 한번씩 정기라이딩을 한다. 하지만 참여못한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이발소 문을 닫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어릴적부터 가난을 이겨내기위해 일하던 그 습관이 몸에서 떠나질 않는다. 일과 자전거타기는 철저하게 분리한다.
예천이 고향인 할아버지는 16세때 왜관으로 가서 이발소에서 허드렛일을 하면서 기술을 익혔다. 1969년 경산으로 온 할아버지는 배운 이용기술로 제2의 고향에서 삶의 터전을 일궜다.
화요일에만 라이딩하는 룰은 토요일인 11일에 깨졌다. 오전 8시 30분 동호회 회원 15명과 경산시립박물관 주차장에서 청도로 출발했다. 반환점은 회원이 운영하는 농장이다. 이곳에서 회원 30여명이 모여 할아버지의 팔순잔치를 열었다.
갈땐 힘든 오르막 그 길이 올땐 쉬운 내리막 길이 된다. 인생을 닮은 왕복 60Km 코스다.
윤제호기자 yoonjh@yeongnam.com

윤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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