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대통령 도어스테핑의 '일거삼득' 효과

  • 송국건
  • |
  • 입력 2022-06-13   |  발행일 2022-06-13 제26면   |  수정 2022-06-13 06:56
매일 열리는 약식 기자회견

대통령은 국민의 관심 파악

국민은 대통령의 고민 인식

참모는 현안대응 공조 가능

일부 부정적 시각 걷어내야

[송국건정치칼럼] 대통령 도어스테핑의 일거삼득 효과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한 달(10일)을 맞아 상징적인 변화 10개를 골라 발표했다. 첫 번째부터 여섯 번째까지는 모두 청와대에 입성하지 않고 서울 용산에 집무실을 꾸린 일의 연장선에 있다. '용산 시대의 시작'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질의응답)' '시민들 곁에 있는 행보' '대통령집무실 시민에 개방' '대통령실 청사 앞 시민광장 개방' '대통령과 비서진의 좁혀진 거리' 순으로 꼽혔다. 청와대를 오래 출입한 필자는 특히 매일 아침 출근길에 실시되는 도어스테핑이 역대 대통령들의 실패 악순환 고리를 끊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거로 믿는다. 윤 대통령은 첫 한 달 동안 13번 출입기자들과 마주했다. 주말과 집무실 출근 대신 다른 일정을 소화한 걸 빼면 가능한 모든 날에 기자들과 문답을 가졌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기 5년 동안 9번 기자회견 및 간담회를 했으니, 윤 대통령은 한 달 만에 그걸 훌쩍 뛰어넘었다. 지금처럼 매월 13회를 임기 마지막까지 이어가면 모두 780번 언론을 통해 국민과 소통한다는 얘기가 된다.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받는 질문 수도 처음 3~4개에서 요즘엔 7~8개로 늘었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일거삼득'의 긍정적 효과를 낸다. 첫째, 주요 국정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과 고민을 국민이 실시간으로 알게 됨으로써 국정운영 투명성이 강화된다.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검찰 출신의 요직 과다 진출' 등의 논란에 대한 대통령 입장을 직접 듣는 건 청와대 시절에는 상상도 못 한 일이다. 둘째, 윤 대통령으로서도 기자들의 질문 내용을 듣고 그날 하루 국민이 궁금해하는 내용이 뭔지 실시간 파악이 가능하다. 참모진의 경우 매일 아침 바짝 긴장해서 조간신문을 꼼꼼히 챙겨 사전 보고하고, 대통령 역시 출근길 차 안에서 예상 질문과 답변을 구상하게 되니, 구중궁궐 청와대에선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셋째, 참모들은 매일 발생하는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의중을 곧바로 파악하고 착오 없이 정부 관련 부처와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에 관한 질문에 윤 대통령은 '불법은 용납 않되, 대화는 계속한다'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는데, 이는 곧 대통령실과 해당 부처의 대응 기조가 된다. 혹 참모진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 답변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하면 새로운 건의를 할 수도 있는 구조다.

간혹 부정적 견해도 있다. 최근 윤 대통령과 관계가 좋지 않은 원로 정객 두 사람이 걱정하는 척 악담에 가까운 말을 했다. "그게 무슨 소통이냐. 아마 어느 시점이 지나가면 안 할 거다"(김종인), "두고 봐라. 반드시 윤 대통령이 큰 실수를 하게 될 거다"(박지원), 물론 윤 대통령이 5년 동안 780번의 도어스테핑을 할 거란 보장은 없다. 다만 "매일 지금 방식으로 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는 확고하다. 감히 미래를 예상할 수 없지만, 지금과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대통령실의 말을 믿어야 한다. 또 언론의 노력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다음 대통령도 이어가도록 정착시켜야 한다. 아울러 윤 대통령의 직설적인 화법 때문에 설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실제 한 달 사이에도 야당에 공격의 빌미를 준 용어 사용이 있었다. 하지만 접시가 깨질까 두려워 닦지 않을 수 없다.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치면 훌륭한 대통령실 취재 시스템이 완성되고, 성공한 대통령 탄생으로 이어지는 길이 뚫린다.

서울본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