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바람의 종류

  • 백종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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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14   |  발행일 2022-06-14 제23면   |  수정 2022-06-14 06:46

과학적으로 바람은 기압 차이에서 발생하는 공기의 움직임 때문에 생긴다. 우리말 '바람'에는 아름답고 지혜로운 다양한 의미가 들어있다. 버들가지가 가볍게 흔들릴 정도의 가장 약한 바람은 실바람으로 부른다. 이보다 조금 세면 남실바람, 깃발이 살짝 움직이면 산들바람, 잔가지가 움직이면 건들바람, 큰 가지가 흔들리면 된바람이다. 나무 전체가 흔들리면 센바람, 나무가 뽑히는 정도는 노대바람, 산더미 같은 파도를 일으키면 왕바람 또는 싹쓸바람이라고 한다.

바람이 부는 방향에 따라 부르는 우리말의 뜻은 더욱더 정겹다. 동풍은 샛바람이라 한다. 해가 뜬다는 뜻으로 날이 샌다는 것에서 따온 말이다. 서풍의 우리말은 하늬바람으로 갈바람이라고도 부른다. 남풍인 마파람은 마주 본다는 뜻이고, 북풍은 뱃사람들이 된바람으로도 불러 센바람을 의미한다.

예쁘고 재미있는 바람의 이름도 많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이른 봄에 살갗에 닿아 소름이 돋는 찬바람을 소소리바람이라고 한다. 고집 센 황소처럼 겨울에 꼭꼭 닫아 놓은 문틈으로 매섭게 들어오면 황소바람이다. 가을에 외롭고 쓸쓸한 느낌은 소슬바람, 이리저리 변덕스럽게 불면 왜바람, 보드라우면서 화창하게 부는 명지바람, 살을 에듯 매섭고 차가우면 고추바람이라 한다. 여기에다 ‘심마바람 /곧은바람 /섯갈바람/화을바람/잔바람/자개바람/용숫바람/올바람/솔솔바람/샛마바람/박초바람/너넘바람/돌개바람’이라는 순수 우리말도 있다. 하지만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바람은 가족과 이웃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행복 바람과 삶의 즐거운 바람이 아닐까 싶다.

백종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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