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인플레이션 충격 여파로 국내 경제지표가 새파랗게 질렸다. 13일 코스피 등 국내 주가가 폭삭 주저앉아 주식시장은 사실상 '패닉'상태에 빠졌다. 이날 코스피는 3.52%포인트, 코스닥은 4.72%포인트씩 각각 내려갔다. 이른바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 장이 된 셈이다. 코스피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간주되는 2천500선이 붕괴될 위기는 일단 가까스로 모면했지만 앞으로 2천400선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91.36포인트(3.52%) 내린 2,504.51에 장을 마쳤다. 외국인이 5천6억원을, 기관이 2천178억원을 각각 팔아치운 게 주가 폭락을 이끌었다. 코스피 종가는 2020년 11월13일(2,493.97) 이후 1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것이다. 코스피 낙폭은 2020년 8월20일(-3.66%) 이후 최대다.
코스피 상장 종목별로 살펴보면 우선 '대장주' 삼성전자가 2.66% 떨어진 6만2천100원까지 주가가 내려앉아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네이버(-5.93%), 카카오페이(-10.22%), SK바이오사이언스(-6.61%) 등도 큰 폭으로 떨어져 52주 신저가를 다시 썼다. 코스피가 이처럼 주저앉은 것은 14∼15일 열리는 6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이상 금리인상)이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측 때문이다. 미국의 5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년 동기대비 8.6% 오르는 등 40여 년 만에 최대폭으로 급등한 것과 관련해 극약처방이 내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코스닥 지수 사정은 더 나쁘다. 전장보다 41.09포인트(4.72%) 내린 828.77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론 2020년 8월3일(827.57) 이후 1년10개월 만에 최저점을 찍었다. 코스닥 낙폭은 2020년 6월15일(-7.09%) 이후 최대다. 증시부진 여파로 이날 코스피 상장종목 932개 중 881개가, 코스닥 상장 종목 1천479개중 1천388개가 내려갔다. 시가총액만 88조원(코스피 71조원, 코스닥 17조원)이 공중으로 사라졌다.
환율도 미국발 자이언트 스텝 우려에 요동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15.1원이 오른 달러당 1천284.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천288.9원까지 치솟았지만 오후 외환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서면서 상승폭이 좁혀졌다. 외환당국은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과도한 변동성에 대해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모이터링 중이다. 시장 내 심리적 과민반응 등으로 쏠림현상이 심화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일각에선 미국 FOMC를 전후해 환율이 달러당 1천290원대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최수경기자 juston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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