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교육] 배움의 본질

  •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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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7 07:12  |  수정 2022-06-27 07:23  |  발행일 2022-06-27 제12면

이지영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우리 학생들에게 2022년 6월21일은 어떻게 기억될까.

교무실이 들썩인다. 날씨, 부품 등의 문제로 일정이 연기되었던 누리호가 발사를 목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포효하는 듯한 굉음과 함께 누리호가 우주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보고서도 마음을 쉽게 놓지 못한다. 지난해 1차 발사 실패라는 쓴맛을 본 뒤라 그런지도 모르겠다.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는 발표를 듣고 나니 긴장은 기쁨으로 바뀌고 가슴이 벅차오른다. 1t급 자력 위성 발사. 세계에서 7번째 영광의 주인공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지난한 연구 과정을 견디고 새로운 결실을 본 사람들이 부둥켜안고 서로 축하하는 모습을 보며 역사의 한 장면을 함께하고 있음이 실감 난다. 우주 선진국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이 순간만큼은 너 나 할 것 없이 같은 마음인 듯하다.

옆자리 선생님과 누리호 관련 얘기를 나누다 2013년 나로호 발사를 현장에서 참관했던 학생이 이번 누리호 연구에 함께했다는 말을 들었다. 중학생이었던 학생이 성장하여 의미 있는 과정에 참여했다니 교사로서 더욱 관심이 간다. 누리호에는 4개 대학 학생들이 큐브위성 개발에 참여했는데 당시 참관자였던 중학생이 어엿한 개발자가 된 것이다.

"중학생 때 나로호가 발사되는 걸 보면서 우주에 다가가는 일에 참여 해보고 싶다는 꿈을 가졌습니다. 작게나마 발걸음을 맞출 수 있어서 감격스럽고…."

나로호 발사를 보며 꿈을 가지게 되고 꿈을 위해 몰두하고 열정을 쏟는 일은 스스로 만든 동기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자발적 동기가 필요하다. 동기(動機)란 어떤 일이나 행동을 일으키게 하거나 마음을 먹게 하는 계기를 말한다. 외부에서 자극을 받는 동기에는 한계가 있다. 스스로 탐구하고자 하는 의욕이 꿈을 키우게 한다.

2022년 대구 미래 역량교육 역점 추진과제는 배움의 본질에 충실한 학생주도 수업이다. 배움의 본질이란 무엇일까. 배움의 본질에 관한 여러 의견이 있겠지만 그 무엇보다 '탐구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배움에 대한 자세, 배움의 실천은 탐구를 바탕으로 한다. 자발적 동기를 바탕으로 꿈을 키우며 스스로 탐구하고 실천하는 것을 배움이라 부르고 싶다. 배움을 지속하게 만드는 힘은 동기와 꿈에 있으니 이들은 동떨어진 것은 아니다.

우리 학생들이 모두 거창한 꿈을 좇으며 무리하게 자신을 내몰 이유는 없다. 하지만 학생들이 꿈을 가지는 것은 중요하다. 한 명 한 명 소중하지 않은 사람이 없듯이 어떤 꿈이든 소중하다. 학생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곳이 학교가 아닐까 한다.

학습 동기를 일깨우고, 꿈을 향한 열정으로 몰두하고 탐구하게 하는 것. 그 속에 학교와 교사의 역할이 크다.

'위대한 탄생에 우연은 없다'라는 말처럼 운에 기대는 것이 아닌 배움에 대한 묵묵하고 꾸준한 탐구가 중요하다. 그러한 과정에 성공만이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번 누리호 개발 연구에 참여한 한 연구원은 인터뷰에서 실패가 이해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했다. 12년간의 연구 과정에서 겪은 상처와 어려움이 느껴지는 말이다. 우리 학생들에게도 실패가 이해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학생들을 다독이며 가는 길이 쉽지 않지만 배움을 위한 탐구가 의미 있는 길임은 분명하다. 교사의 수업 철학과 적절한 수업 기법을 적용하며 배움의 본질에 한 발 더 다가가는 학교 현장이 되었으면 한다.
이지영 〈대구 화원중 수석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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