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집안일 잘 돕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 문제일 DGIST 뇌과학과 교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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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6-27 07:09  |  수정 2022-06-27 07:10  |  발행일 2022-06-27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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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뇌과학과 교수·대학원장

이제 곧 방학입니다. 자녀를 둔 부모님들은 아마도 여름방학 동안 학기 중 뒤처진 자녀들의 학습을 보충하기 위해 학원을 알아보는 일로 마음이 바쁠 것입니다. 자녀들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자녀들에게 집안일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게 하는 것이 대부분 부모님의 마음이겠죠.

그런데 2022년 발표된 뇌 연구는 이런 부모님들의 아름다운 마음이 자녀들 성장에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호주 라 트로브 대학교의 심리학자 Deanna Tepper 교수 연구진에 따르면 집안일을 규칙적으로 돕는 아이들이 학업성취도가 더 높았고 문제 해결 능력 역시 더 높았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규칙적인 집안일과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 간의 연관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였습니다. 실행기능이란 선택한 목표 달성을 이루는 데 필요한 행동들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것을 말하는데, 목표를 위해 계획을 수립하는 일,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쓸데없는 생각을 줄여 자신을 다스리는 일, 업무에 필요한 지시사항을 기억하는 것들이 이에 해당합니다. 실행기능은 어린 시절부터 발달하기 시작하여 청소년기 후반과 성인기 초반까지 계속해서 발달합니다. 실행기능의 정상적인 발달에 문제가 생기면, 성인이 되었을 때 자신을 다스리는 것이나 계획 수립과 문제 해결 능력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Tepper 교수 연구진은 5세에서 13세 사이 207명의 어린이 부모를 대상으로 연구를 수행하였는데, 부모는 자녀가 매일 해결한 집안일의 수와 자녀의 실행기능에 대한 설문지를 작성하였습니다. 스스로 식사를 만드는 것과 같은 자기 관리 집안일과 다른 사람 식사를 만드는 것과 같은 가족 관리 집안일로 나눠 진행하게 해 자녀들의 실행기능을 측정하였습니다.

결과 집안일에 참여하는 것이 자녀들의 실행기능 향상에 기여함을 발견하였습니다. 그간 아이들이 집안일을 도우면 자율성이 증가하고 친사회적인 행동 개선 효과가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규칙적인 집안일 참여가 아이들의 인지 발달, 특히 실행기능 향상에도 도움을 준다는 것이 밝혀진 것입니다. 실제 실행기능은 학습적 측면에서 보자면 독해 능력과 수학적 능력에 밀접한 영향이 있어, 실행기능 향상은 학교 공부나 문제 해결과 같은 삶의 다른 측면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보면서 한석봉의 어머님이 한석봉을 멀리 보내지 말고 곁에 두고 어머니 대신 떡을 썰게 하고 집안일도 돕게 했으면 한석봉의 학문적 성장에는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유쾌한 상상을 해봤습니다. 사실 부모님보다 더 자기 자식을 챙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니 이번 여름방학은 자녀를 하루 종일 학원 보내는 것보다 자녀와 함께 집 안 청소도 하고 요리도 만들어 먹으면서, 가족 간의 사랑도 키우고 자녀의 학업성취도도 높이는 행복한 기억을 만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

<DGIST 뇌과학과 교수·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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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일 DGIST 뇌과학과 교수·대학원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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