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수국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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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19   |  발행일 2022-07-19 제23면   |  수정 2022-07-19 06:53

얼마 전 모임에서 부산 태종대를 갔다. 일행 중 한 사람이 태종대 태종사의 수국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았다. 마침 비가 예보돼 있다며 태종대를 순회하는 열차가 운행되지 않았다. 일행은 아름다운 수국에 대한 기대에 언덕길을 힘든지 모르고 올라 태종사에 도착했다. 그러나 태종사에는 수국이 없었다. 서너 그루가 있기는 한데 보라색 송이 몇 개를 단 초라한 모습이었다. 중국이 원산지인 수국은 수(繡)를 놓은 공처럼 아름답다는 뜻에서 이름이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국의 학명인 하이드랜지아 마크로필라(Hydrangea macrophylla)에서 Hydrangea는 물(hydro·하이드로)과 그릇(angeion·안게이온)이라는 뜻의 단어가 합쳐진 합성어다. 여기에서 보듯 수국은 자라는데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마크로필라(macrophylla)는 작은 꽃들이 많이 피어있는 것을 나타낸다. 수국이 작은 꽃들의 조합임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맘껏 자라게 하면 어른 머리보다 더 큰 꽃 무리를 만들어 내는 목수국을 자세히 보면 마크로필라라는 말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산수국은 정작 꽃은 꽃 같지 않고 꽃받침잎이 열매 같은 꽃을 둘러싸고 꽃잎 행세를 한다. 꽃이 피어 있는 동안 예쁜 색으로 꽃을 꾸며 주던 꽃받침잎은 생식이 끝나면 갈색으로 변하여 돌아눕듯 땅 쪽을 바라본다. 태종사의 수국은 봄 가뭄에 대부분 죽고 살아남은 것도 제대로 꽃이 피지 않았단다. 부산보다 피는 시기가 몇 주 늦은 대구경북의 수국들은 가뭄을 잘 견뎌냈는지 궁금하다.

이하수 중부지역 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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