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국건정치칼럼] 갑질 행정관은 '공적 채용' 됐을까

  • 송국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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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07-25   |  발행일 2022-07-25 제26면   |  수정 2022-07-25 06:46
청와대행 엘리트 코스는

의원 보좌진→ 대선캠프

공적채용 불가능한 구조

사적채용이 탄핵감이면

자유로운 대통령은 없어

[송국건정치칼럼] 갑질 행정관은 공적 채용 됐을까

최근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 근무했던 행정관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해양경찰의 인사를 좌지우지하며 '해경 왕'으로 불렸다는 A행정관, 합참의장을 청와대로 불러 강압 조사했다는 B행정관, 국방부 장관을 호출해 군 인사 문제를 상의했다는 C행정관 등이다.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지만, 민정·정무·인사 등 청와대의 핵심 부서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 행정관들이 많았다. 1급 비서관 아래 2~5급(2급은 선임행정관)인 행정관이 되는 길은 두 갈래다. '늘공(늘상 공무원)'은 정부 각 부처에서 파견하는 정규직이다. '어공(어쩌다 공무원)'은 정치권에서 유입되는 별정직이다. A·B·C 행정관이 했던 '갑질'은 모두 어공 쪽에서 이뤄지는데, 그들 대다수는 국회의원 4급 보좌관이나 5급 비서관 출신이다. 300명 국회의원의 보좌진(4급~9급)은 3천명 규모이고, 극히 일부 의원의 실험적인 공채 형식을 제외하곤 알음알음 채용된다.

'사적 채용'된 국회의원 참모 상당수는 대선 철이 되면 소속 정당의 후보 캠프에 파견된다. 대선후보 참모로 수개월 일하는 사이에 소속을 '국회'로 두기 때문에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보좌관의 경우 일률적으로 4급 21호봉이니, 각자의 경륜들에 비해 꽤 많다. 운 좋게 대선에서 승리하면 그들 중 여럿은 논공행상으로 청와대에 입성하는데, 주로 행정관 자리를 받아 대통령 참모가 된다. 국회의원 참모→대선후보 참모→대통령 참모가 되는 과정에서 '공적 채용'이 있는가. 지금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을 두고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바로 그 사적 채용 일색일 뿐이다. 윤 대통령의 6촌을 선임행정관, 지인의 아들을 행정관도 아닌 '9급' 행정요원으로 채용했다고 떠들썩하지만, 그들은 대선 캠프에서 무급으로 활동한 뒤 '자리'로 보상받았다. 누구처럼 국민 세금으로 특정 후보를 위해 뛴 뒤 '자리'까지 받은 건 아니다.

'문재인 탓'을 하자는 게 아니다. 역대 정권이 똑같이 했던 일이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에 입성한 국민의힘 국회의원 보좌진 출신도 있다. 임기와 신분 보장이 안 되는 정무직을 경쟁에 의한 공개채용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김건희 여사의 나토 정상회의 방문을 수행했던 지인의 경우 정식 채용 절차가 이뤄지기 전에 대통령 전용기에 태운 실책은 있지만 '비선' 프레임까지 설치할 건 아니다. 김정숙 여사는 단골 디자이너의 딸을 의상 담당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헬스 트레이너를 각각 사적 채용했다.

대통령 비서실의 독특한 채용 방식을 먼저 경험하면서 다 알고 있는 민주당이 '사적 채용' 프레임을 설치한 건 기획된 정치공세다. 새 정권의 대응이 미숙해 프레임이 먹히자 '권력 사유화'로 확장시키고 '비선 실세 최순실'까지 들먹이더니 마침내 '탄핵'과 '촛불'을 입에 올렸다. 명분이 너무 허술하다. 대통령과 배우자가 사적 영역에 의존하는 게 박근혜 전 대통령-최순실과 유사하므로 탄핵감이란다. 그 논리면 5년 동안 '캠코더(캠프·더불어민주당·코드)' 인사를 한 문재인 전 대통령도 탄핵감이다. 만일 5년 후 민주당이 정권을 되찾는다면 대통령 비서실은 몽땅 공적 채용으로 채울 건가. 아니 그 이전에 대선 경선이나 본선 캠프에 소속 국회의원 보좌진을 파견할 때 국회에서 적(籍)을 파내 국민 세금으로 월급을 받지 못하게 할 건가. 국민 눈을 속인 프레임에는 언제든 자신도 갇힐 수 있다.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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