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꽃보다 아름다운 청미래덩굴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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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1-21 06:44  |  수정 2022-11-21 06:52  |  발행일 2022-11-21 제27면

청미래덩굴(학명 Smilax china)은 사람 왕래가 적은 산길을 걸을 때 가장 귀찮은 존재 중의 하나다. 줄기와 가지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고 뿌리가 드세다. 생명력이 강해 뽑아내도 다시 자란다. 뿌리는 괴근(塊根·덩이 뿌리) 형태인데 이 괴근에도 양쪽으로 가시가 뻗어있다. 추운 곳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는 청미래덩굴은 남한의 전 지역에 퍼져 있다. 흔한 나무이기 때문인지 지방마다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경상도에서는 망개나무, 충청도는 멍가나무, 전라도에서는 명감나무로 통한다. 이런 이름들은 또 같은 도에서도 여러 형태로 파생돼 실제 불리는 이름은 수십 가지에 이른다.

봄·여름에 연두색 덩굴손을 내밀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언뜻 풀이 아닌가 싶지만 각 지방에서 그를 ○○나무라 지칭하는 것에서 보듯 청미래덩굴은 당당한 나무다. 또 등산 도중에 만나면 성가신 존재지만 매우 유익한 나무다. 어린 순과 파란 열매는 식용으로 쓰이며 뿌리는 약으로 활용된다. 망개떡은 잎의 방부제 기능을 활용한 경상도 고유의 음식이다. 이 떡 덕분에 지역마다 각기 달리 불리는 이름 중 경상도의 망개나무가 가장 널리 알려지게 됐다. 덩이뿌리를 캐서 얇게 썰어 말려 두고 차처럼 마시면 땀을 내고 소변을 원활히 하며 설사를 그치게 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나뭇잎이 모두 떨어진 요즘 산에서 만나는 청미래덩굴의 붉은 열매는 꽃보다 아름다운 느낌이다. 꺾어다 병에 꽂아 놓으면 이듬해 봄까지 변하지 않는다. 흰 병에 꽂아 하얀색 가전제품이나 타일이 있는 곳에 놓으면 더욱 예쁘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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