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까치밥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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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12-13 06:39  |  수정 2022-12-13 06:46  |  발행일 2022-12-13 제23면

올해는 따지 않아 나무에 달린 채 홍시가 된 감이 유난히 눈에 띈다. 감의 고장인 상주뿐만 아니라 감나무가 있는 마을은 어디든 비슷하다. 감이 풍년인 데다 감 따는 작업을 할 사람이 없기 때문으로 보인다.

감 따는 작업은 다른 과일을 따는 일보다 힘들고 위험하다. 나무가 높고 가지가 잘 부러지기 때문이다. 감나무 목재는 반발계수가 높아 오래전부터 골프채 헤드 재질로 사용되고 있으며 휨강도(bending strength)는 높은 반면 유연성은 낮은 특징이 있다. 휨강도가 높아 웬만한 무게에는 휘지 않으나 유연성이 낮아 부하가 임계점에 도달하면 휘지 않고 그대로 부러진다. 부러지기 전 많이 휘고 요란한 소리를 내는 대나무나 밤나무와는 영 딴판이다. 이 때문에 감을 따다가 떨어져 다치는 사람이 많다.

교목인 감나무는 10~15m까지 자란다. 전통적인 감따기는 장대 끝을 Y자형으로 만들거나 망을 달아서 과일이 다치지 않게 따는 것인데, 이런 방법으로는 꼭대기에 있는 감을 딸 수가 없다. 감나무마다 까치밥이 남아있는 이유다. 이를 두고 우리 조상님들이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강해 까치가 먹을 감을 의도적으로 남겨 놓았다고 한다. 그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배고픈 시절 감을 따서 시장을 달랬던 사람들도 그런 말을 할지는 의문이다.

감을 대량으로 수확해 곶감을 만드는 상주의 감따기는 갈고리를 가지에 걸어 힘차게 흔들어 따는 방식이다. 까치밥이 남을 여지가 없다. 다행히도 올해는 감이 풍년이라서 까치밥이 나무 통째로 남아있는 것이 많다. 까치든 까마귀든 실컷 먹기 바란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나무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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