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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는 디지털 혁신 농업타운과 스마트팜 확산을 통해 농업의 대형화와 선진화·규모화를 이뤄 청년이 찾아오는 농촌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경북 스마트팜 농장을 찾은 청년농부들과 경북도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경북도 제공〉 |
■ 선진농업 탐방 최성호씨 "네덜란드 스마트팜은 하나의 기업"
#1. 지난해 네덜란드를 찾은 최성호(39)씨는 현지 농업현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 경북 의성에서 딸기농사를 지으며 '스마트팜'을 앞서 도입하는 등 나름 선진농업을 한다고 자부했지만 네덜란드 농업현장을 보곤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네덜란드 농업은 완전한 첨단산업이었다. 최씨가 만난 네덜란드 농업인은 25세 청년으로, 농업전문대학을 나와 아버지의 뒤를 이어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그는 50㏊의 농장에서 혼자 파프리카를 생산한다. 규모만 큰 것이 아니다. 농산품 가공 처리시설을 갖춰 놓고 직접 수출도 한다. 하나의 기업이었다.
■ 농장 세 배 키운 김지수씨 "일구는 만큼 대가 갖는 게 재미있어"
#2. 청송에서 사과를 재배하는 김지수(33) 지수농원 대표는 전형적인 귀농청년이다. 청송으로 돌아온 2015년부터 부모의 일을 거들며 농사를 배웠다. 이듬해 독립해 1㏊ 규모로 농사를 시작했고, 몇 년 만에 농장 규모를 세 배나 키웠다. 김 대표는 공판장 대신 택배를 이용해 사과를 직접 판매한다. 발품을 팔아 수요가 많은 수도권의 은행 등을 거래처로 확보했고, 사과·당근 등이 들어간 '청송 얼음골 ABC 주스'를 자체 개발해 판매 중이다. 그는 "직장 생활과 달리 농업은 자신이 모든 것을 일구고, 그만큼의 대가를 갖는 게 재미있다"고 말했다.
농촌 고령화로 성장동력 잃어
농업에 첨단기술 융합 잰걸음
경북도 사업비 4395억원 투입
혁신성장 주도 농업전사 양성
창농·정착 지원 강화로 뒷받침
억대 수익 스마트팜 확대 힘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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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북 청년농업인들이 방문한 네덜란드 스마트농업 현장. 〈경북도 제공〉 |
경북은 전국에서 농업인구가 가장 많다. 과수농가는 5만1천가구로 전국의 30%, 축산농가는 1만가구로 전국의 20%를 넘어선다. 벼 작물 재배 농가도 전남에 이어 둘째로 많다. 농업소득은 가구당 1천848만원으로 전국 1위다. 이 같은 외형에도 불구하고 경북농업의 속사정은 그리 편치만은 않다. 농업인구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인한 고질적인 노동력 문제에 시달리며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미래 동력이 필요한 이유다. 청년은 떠나고 노인만 남아 있다. 2020년 기준 경영주의 나이가 65세 이상인 농가가 56%에 달하는 반면, 40세 미만은 1.2%에 불과하다. 1990년에는 65세 이상 농가가 18%에 불과했고, 40세 미만 농가는 15%에 육박했다.
위기의 농촌이지만 여전히 희망은 있다.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꿈을 키우는 청년농부들이 하나둘 늘고 있다. 이들은 직접 농사일을 배우며 조금씩 성장해 간다. 선배 농부의 노하우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혀 성공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위기의 농촌이 청년의 꿈을 실현하는 기회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디지털 청년농업인 5천명 육성
경북도가 디지털 청년농업인 5천명 육성 계획을 야심 차게 추진 중이다. '디지털 기술과의 융합을 통한 첨단산업으로의 빠른 전환만이 농업의 미래를 담보한다'는 경북도의 농정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26년까지 4천395억원 규모의 투·융자를 통해 디지털 혁신성장을 주도할 5천명의 청년 농업전사를 육성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구체적 추진과제는 △청년농 진입창구 확대 △안정정착 지원체계 강화 △디지털 핵심인재 양성 △농산업 청년일자리 창출 △소통과 참여기회 확대 등 5개 부문 20개 사업이다.
우선 예비 청년농업인의 진입 창구를 다각화해 젊고 유능한 인재의 농업 진입을 쉽고 빠르게 한다. 이어 창농 진입초기 소득 불안 해소 및 안정적 정착을 위한 지원체계를 강화하고, 청년농업인을 디지털농업 핵심인재로 양성한다. 스마트팜 청년창업보육센터나 임대형 스마트팜 등 디지털농업 역량 강화를 위한 전문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또 디지털농업 진입 촉진을 위해 디지털혁신농업타운 등도 확대 조성한다. 농촌지역 내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과의 소통과 연대, 그리고 참여의 기회도 넓혀나갈 방침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농업의 첨단화·디지털화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그 중심에 청년농업인이 있다"며 "디지털농업 혁신이라는 물결을 일으켜 경북 농업·농촌이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나아가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디지털혁신농업타운' 조성
경북도는 올해부터 구미·문경시와 예천군에 '새로운 농촌마을'인 디지털혁신농업타운을 조성한다. 전체가 하나의 영농조합법인이나 농업회사법인으로 구성된 마을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스마트팜 등 첨단농업의 구심점을 만들고, 일반농업은 공동 영농을 통해 기술과 인력 문제를 해결한다. 선정 지역에는 공동 영농에 필요한 시설장비와 공동 급식시설이 지원된다. 시설원예 등 첨단시설, 가공 설비, 청년 주거 공간 등에도 힘을 보탠다.
예천군은 첨단농업단지를 만들어 청년농과 인근 마을 주민 간 상생모델을 구축한다. 첨단농업단지에는 임대형 스마트팜, 수직농장, 청년보금자리 등을 조성한다. 인근 마을에는 공동 영농에 필요한 기반 조성과 소득 연계 사업을 지원한다. 문경시는 공동 영농단지, 첨단온실단지 등을 조성한다. 기존 벼 중심의 분산된 경작지를 콩·양파 중심으로 집적·규모화하고, 이를 위한 공동 영농시설 장비와 청년농업 교육시설 등을 구축한다.
구미시는 기존 벼 재배방식을 스마트 공동 영농으로 전환하고 신소득 발굴에 필요한 시설을 지원한다. 이를 위해 벼 재배단지에 드론과 대형 농기계 등 공동 영농장비를 지원하고, 일부 면적을 대상으로 특수미·분질미 등을 생산하는 가공시설과 브랜드 개발을 추진한다. 경북도는 이들 지역에 최대 500억원을 지원한다.
◆'스마트팜' 확대 박차
청년농부들이 연간 1억원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스마트팜 확대에도 힘을 쏟는다. 상주에서 본격 운영에 들어간 스마트팜혁신밸리는 전국 최대인 43㏊ 규모에 청년보육센터와 스마트팜 기술 관련 기업의 연구개발을 위한 실증단지 등이 들어섰다. 청년보육센터는 매년 52명의 교육생을 뽑는다. 교육을 마친 청년은 선발과정을 거쳐 임대형 스마트팜에 입주할 수 있다. 임대형 스마트팜은 3명이 한 팀을 이뤄 0.5㏊의 스마트팜을 3년간 경영한다. 이를 통해 자가 스마트팜 운영을 위한 종잣돈을 마련하고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익힐 수 있다.
경북도는 노지에도 스마트팜을 적용하기 위해 사과를 스마트팜에서 생산하는 시범사업을 2020년부터 진행하고 있다. 안동 임하면 일원 65㏊ 규모의 노지 스마트팜에는 현재 60여 농가가 참여해 관수·관비, 무인방제 시스템 등을 구축했다.
전국 최초의 임대형 수직농장사업도 추진한다. 수직농장은 완전 밀폐된 공간에서 외부환경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매일 일정한 양의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잎채소, 특히 고가의 허브류 등을 안정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2024년까지 예천 지보면 일원에 임대형 수직농장(3천300㎡)을 조성해 청년에게 임대한다. 이곳에서는 20여 농가가 3년간 임차해 경영할 수 있다. 임대형 수직농장은 전국 최초의 농업모델로, 청년농업인 1인당 연간 1억원 이상의 소득을 올리게 하는 게 목표다. 이철우 도지사는 "경북농업 대전환의 핵심은 스마트팜 확산"이라며 "청년이 농업에서 희망을 볼 수 있도록 미래농업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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