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진영 논리에 이용되는 표현의 자유

  • 최수경
  • |
  • 입력 2023-02-21  |  수정 2023-02-20 17:18  |  발행일 2023-02-21 제1면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인식없어

국민은 안중에 없고

진영 논리에 따라 좌우

'표현의 자유' 논란이 또 일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의 집회 때문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사진이 붙은 풍선 샌드백이 등장했다. '주먹 날리기' 이벤트였다.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가 주최한 지난 11일 집회에선 윤 대통령 부부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사진을 겨냥한 장난감 활쏘기 부스도 설치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난리다. 양금희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주말마다 명분 없는 정치집회를 하면서 어린이에게 저주와 패륜, 폭력을 가르친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반면 촛불행동 측은 "민주사회에서 대통령에 대해서도 가능한 수준의 풍자 퍼포먼스"라고 밝혔다.


도대체 누구 말이 맞는가. 또 표현의 자유는 어디까지 허용될 수 있나.


대한민국은 헌법에 따라 표현의 자유가 인정된다.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타인의 명예·권리,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된다. 또 국가안전보장 등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 샌드백과 활쏘기는 과연 법으로 제한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될까.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벤트임에는 분명하지만, 논란 이상의 결론을 내리기에는 분명치 않다.


흥미로운 점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표현의 자유 논란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선 '대자보 사건'이 있었다. 한 시민단체 회원이 지난 2019년 문 정부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단국대 천안캠퍼스에 게재했다. 경찰은 '건조물침입' 혐의를 적용했다. 1심에서 벌금 50만원을 받은 이 회원은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야당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하며, 그것을 제한할 때조차 명백하고 현존하는 공익의 위협 등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침묵했다.


문 전 대통령이 국민을 모욕죄로 고소하기도 했다.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이었다. 반발 여론이 커지지 문 전 대통령은 결국 고소를 취하했다.


윤 정부도 마찬가지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윤 대통령의 풍자 포스터를 부착한 작가에 대해 옥외광고물법 위반 혐의로 수사했다. '윤석열차' 논란도 불거졌다. 윤 대통령을 풍자한 고교생 작품이 경기도지사상을 받고, 전시된 것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가 경고를 하면서 빚어졌다. '윤석열차'에 대해 민주당 김남국 의원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서 설전도 벌였다. 김 의원이 표현의 자유 침해를 주장하자, 한 장관은 "표현의 자유는 넓게 보장돼야 하지만 혐오나 증오의 정서가 퍼지는 것은 반대한다"고 받아쳤다.


이들 '사건'을 보면 결국 표현의 자유 논란은 '진영 논리'에 기반을 둔다. 정치인들이 민주주의 핵심 가치인 표현의 자유에 대한 인식 없이 진영의 입맛에 따라 이용한다는 인상을 준다.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극한 대결이 일상화되면서 표현의 자유 논란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아 더 안타깝다. 

 

최수경 정경부장 justone@yeongnam.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정치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