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음악과 문학 .1] 대구 예술 100년으로 떠나는 시간여행…주목할 만한 장면은

  • 홍석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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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03 08:36  |  수정 2023-03-03 08:39  |  발행일 2023-03-03 제35면
'역사의 전환점'. 독일 언어학회에서 선정한 2022년 '올해의 단어'다. 위기 속 변화에 대한 욕구가 전체 역사 중 이전과 이후의 상황을 크게 변화시키는 특정 시점을 의미한다.

역사적 전환점을 말할 때 예술을 빼놓을 수가 없다. 이하석 시인이 '대구예술 시간여행' 총평에서 "예술은 시대를 불모로 보는 시각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곧잘 폐허의 미학이라 말해지기도 한다. 그것은 현실을 고통스럽게 감당하면서 개혁하고 혁명하려는 예술가들의 시선이라는 점에서 옳은 시각이기도 하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 100년간 대구 예술을 지금의 모습으로 만든 역사적 전환점의 결정적인 장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최근 대구시가 발간한 대구예술 장르사 연표 속에서 대구음악과 문학의 큰 줄기를 바꾼 결정적 장면을 수소문해 찾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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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0년 최초의 서양악기인 피아노는 짐배를 타고 낙동강을 거슬러 1900년 3월 달성의 사문진에 도착했다. 피아노는 20여 명의 인부가 상여를 매는 방법으로 3일에 걸쳐 대구 종로의 자택으로 옮겨졌다.
음악

1. 1900년 3월 최초의 서양 악기 반입

영남지역을 담당한 선교사 사이드보텀(한국명 사보담)과 그의 아내 에피의 이삿짐으로 최초의 서양악기인 피아노가 들어왔다. 부산에 도착한 피아노가 낙동강을 거슬러 달성군 사문진 나루터(현 화원동산)에 도착했다. 달성군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2012년부터 매년 이곳에서 피아노 콘서트를 열고 있다.

2. 1920~22년 박태준, 최초의 동요 '기러기'(윤복진 작시), 최초의 가곡 '동무생각'(이은상 작시) 작곡

한국 최초의 동요는 1920년 윤복진의 시에 박태준이 작곡한 '기러기'다. 오랜 세월 최초의 동요로 알려져 온 윤극영의 '반달'은 1924년 작곡돼 1926년 출판된 윤극영 동요집 '발달'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박태준의 동요 '기러기'는 광복 후 윤복진이 월북했다는 이유로 교과서 등에서 사라지고 1929년 이태선이 개사한 '가을밤'으로 계속 불려 왔다. 윤복진 작시, 박태준 작곡의 동요 '기러기'의 오선보는 방정환과 윤극영이 1922년 색동회를 결성한 후 발간한 잡지 '어린이' 8권 7호에 발표됐다.

한국 최초의 가곡이 홍난파의 '봉선화'로 알려져 있었으나 '동무생각'이 한국 최초의 가곡이다. 이 곡은 1920년 기악곡으로 발표됐고, 1926년 가사가 붙여졌다. '동무생각'은 1923~24년 가사가 붙었기 때문에 박태준의 '동무생각'이야말로 한국 최초의 가곡이라 할 수 있다.

3. 현제명, 대구 최초의 전막 오페라 공연(1951년 7월3일~10월)

지휘 현제명, 연출 이진순, 합창 지위 김성태, 안무 김선화, 의상장치 김정환, 조명 최진. 한국예술원 음악부의 관현악반, 합창반과 한국발레단, 특별지원으로 공군본부 군악대와 서울대 예술대학 음악부 등이 참여했다. 이 공연은 약 한 달 뒤 부산에서도 이루어졌다. 현제명은 한국전쟁 발발 한 달 전인 1950년 5월20~29일 자신이 작곡한 창작오페라 '춘향전'을 서울 국립극장(일제 강점기 부민관)에서 초연했다. 현제명의 창작 오페라 '춘향전'은 대구 최초의 전막 오페라 공연이라 볼 수 있다.

대구오페라협회
1971년 10월7일 열린 제1회 오페라협회 공연 모습.
4. 대구오페라협회 창단

대구오페라협회는 서울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창단된 민간 오페라단이다. 초대 회장은 김금환이 그리고 김찬기, 남세진, 성기용, 남정희, 김원경, 홍춘선 등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작곡가 임우상이 사무국장을 맡았다.

5. 대구시립합창단 창단 연주회

1981년 5월 대구시민회관 대강당에서 대구시립합창단 창단 연주회가 진행됐다. 창단 공연 프로그램은 소프라노 윤정순, 테너 이충구, 바리톤 최성진의 솔로, 함께 창단된 대구시립소년소녀합창단이 특별 출연해 한국 민요와 가곡, 동요, 종교 성가에 이르는 다양한 레퍼토리로 꾸며졌다.

오페라하우스
대구오페라하우스
6. 2003년 지역 최초의 오페라 전용극장 대구오페라하우스 개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를 제외하고는 지역 최초의 오페라하우스로 문을 열게 된 대구오페라하우스는 그해 가을 제1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를 시작하면서 국내 최고이자 세계적인 오페라 도시로서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7. 대구MBC교향악단 출범

2010년 설립된 <사>아트애비뉴컴퍼니로 출발해 대구시전문예술법인 지정, 2012년 대구MBC와 업무협약을 하며 연간 60여 회의 연주를 진행해 왔으며, 지역을 대표하는 민간교향악단으로 성장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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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7년 대구고보의 백기만·현진건·이상화·이상백은 대구 근현대문학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동인지 '거화'를 발간했다.
문학

1. 1917년 백기만·현진건·이상화·이상백, 동인지 '거화' 출간

당시 대구고보 재학 중이던 백기만과 그의 문우였던 현진건, 이상화·이상백 형제가 만든 프린트판 동인지. 학생들의 습작 동인지 성격이지만 이후 국내 근대문학의 주요 작가들로 성장한 이들이 대구에서 펴낸 동인지라는 점에서 대구 근현대문학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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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창간호
2. 1925년 6월 '여명' 창간호 발간

김승묵이 대구에서 만든 잡지로, 이장희·이상화·현진건·이광수·나도향·염상섭 등 당대 대표 문인들의 작품들과 다양한 소식을 실은 종합지다. 창간호를 통해 나도향의 대표작 '벙어리 삼룡이'가 처음으로 발표됐다.

3. 1943년 4월 큰 별이 지다

지역 출진 문인 이상화와 현진건이 타계했다.

4. 영남일보, 신토월회가 주최 희곡 현상공모

1949년 6월 대구에서 창단된 극단 신토월회. 극단명은 일제강점기 당시 도쿄에서 김기진 등의 한국 유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결성한 신극운동 단체 '토월회'의 전통을 잇고자 하는 의도에서 명명한 것으로, 작품 활동 외에 영남일보사와 공동으로 희곡 현상공모를 실시했다. 당시 당선된 작품은 이재춘의 희곡 '나침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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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0월 구상시문학상(현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제정. 중학생 시절의 구상(왼쪽)과 대학 시절의 구상. 사진제공=구자명<소설가·구상 시인의 딸>
5. 1956년 12월 구상 시집 '초토의 시' 출간

'초토의 시'는 구상의 대표작으로 불리는 시집이다. 1951년 대구에서 펴낸 첫 시집 '시집구상'에 이어 그의 두 번째 시집으로, 6·25전쟁의 비극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쓴 15편의 '초토의 시' 연작이 실려있는 일종의 연작시집이다. 존재에 대한 기독교적 윤리의식을 바탕으로 전쟁을 통해 겪게 된 민족의 비극과 고뇌를 전 인류적인 문제로 인식했다고 평가받는다. 시집의 표지는 구상의 친구인 서양화가 이중섭이 그렸다. 구상은 6·25전쟁 직후 문총구국대 활동을 비롯해 이후 육군종군작가단, '승리일보' 주간 등으로 활동하면서 1952년부터는 '영남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 등을 맡으며 대구를 기반으로 활동을 이어나갔다.

6. 1960년 영남일보 신춘문예(현 영남일보문학상) 공모

대구지역의 대표적인 신춘문예 공모가 시작됐다. 초기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으나, 이후 성인 대상의 소설과 논픽션 등을 공모하다 1970년대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한 본격적인 신춘문예 공모를 시작했다. 1980년 당시 신군부의 언론통폐합 조치에 따른 폐간으로 중단되기도 했으나, 1989년 복간과 더불어 1990년 명칭을 '문학상'으로 변경하고 응모 부문을 현재처럼 시와 소설에만 집중하기 시작했다. 시인 김재진, 문형렬, 변희수, 소설가 우광춘 등이 영남일보를 통해 등단했다.

7. 2009년 9월 현진건문학상 제정

현진건
현진건

대구소설가협회가 당시 창립 20주년을 맞아 지역을 대표하는 소설가 현진건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자 제정한 문학상이다. 특히 지역에서 주로 활동하고 있는 소설가들의 근작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또한 2011년부터는 '현진건문학상 신인상'도 별도로 공모해 시상하고 있다.

8. 2017년 10월 구상시문학상(현 영남일보 구상문학상) 제정

1950년대 대구 문학계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당시 '영남일보' 주필 겸 편집국장 등을 맡으며 지역 언론계에서도 주요한 활동을 이어간 시인 구상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등단한 지 10년에서 20년 사이 국내 시인들의 최근 2년 내 시집만을 심사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오은, 정한아, 하재연, 신영배 등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구시 제공〉
정리=홍석천기자 hongsc@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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