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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 포트폴리오 손실로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면서 SVB와 같이 미실현 증권 손실을 보유한 은행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
미국 벤처 캐피털 산업의 중추 역할을 해온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은 미국 뉴욕증시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주요 주가지수가 동반 하락했다. 미국 은행주 주가 흐름을 보여주는 KBW 나스닥 뱅크 인덱스는 이날 하루 3.91%나 떨어졌다. 닷새(6~10일)간 5거래일 동안 15.80% 하락했다. 주간 기준 코로나19가 미국에 창궐해 공포 장세가 연출된 지난 2020년 3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반도체 대장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기술주 중심 나스닥종합주가지수가 전날보다 각각 1.89%, 1.76% 떨어졌다. 대형주 중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와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각각 1.44%, 1.07% 하락했다. 기술 부문 스타트업을 상대한 SVB의 폐업으로 은행주에서 기술주로 투자 불안감이 번진 결과다.
SVB의 사태가 금융권 전반으로 위기로 번지는 게 아닐까. 하지만 미국의 대형은행을 비롯한 금융권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일반 은행들이 기술 분야 스타트업에 특화된 SVB처럼 갑작스러운 인출 사태에 직면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전날 총 520억달러의 시가총액을 날렸던 미국 4대 은행들의 주가는 이날 약보합 내지 소폭 상승으로 안정세를 되찾았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고객 안내문을 통해 "SVB가 맞닥뜨린 현재의 압력은 매우 특이한 경우로, 다른 은행들과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 역시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있다. 서실리아 라우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같은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 은행 시스템은 10여년 전과 근본적으로 다른 상태"라며 "2007~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도입한 스트레스 테스트 등 개혁 조치 덕분에 금융 당국은 우리 은행 시스템의 회복력을 강화할 수 있는 도구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역시 연준 등 관계 기관과 만나 SVB 사태 대책을 논의하면서 은행 시스템은 여전히 유연하고 당국은 이 같은 일에 대응할 효과적 조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재무부는 전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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