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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베이비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 그치는 등 긴축기조 조정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이 전날에 비해 30원 가까이 급락했다.
23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9.4원 하락한 1,278.3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2월14일(1,269.4원) 이후 한 달 여 만에 가장 낮았다. 일일 낙폭 기준으로는 지난해 11월11일(59.1원) 이후 가장 컸다.
이 같은 환율 급락은 지난 21∼22일(현지시각) 열린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4.50∼4.75%에서 4.75∼5.00%로 0.25%포인트 올린 영향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현재 3.5%다. 이로써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역대 최대인 1.5%포인트로 벌어졌다. 2007년 이후 최고 수준 금리 차다. 다만 지난해보다는 나은 편이다. 지난해 6월, 7월, 9월, 11월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12월 '빅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밟던 때와 비교하면 금리 인상 폭은 줄인 것이다.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는 올해 최종금리 전망을 5~5.25%(중간값 5.1%)로 유지했다. 이럴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는 예상대로 5월 한 차례 0.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미의 금리 격차는 사상 최대 수준인 1.75%까지 벌어질 수 있다. 자연히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가치 하락) 및 수입 물가 상승 압력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투자자금이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다소 진정되는 모양새다. 23일 코스피는 0.7% 넘게 하락하며 2,400선 아래에서 거래를 시작했다. 이날 계속 약세가 이어졌지만 낙폭은 점차 줄면서 전날 종가(2,416.96)보다 0.31% 상승한 2,424.48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은 혼조세를 보이다가 오후 들어 내림세로 장을 마쳤다. 종가는 812.19로 전날 종가(813.43)와 비교해 0.15% 떨어졌다.
일단 한은은 다소 부담을 덜게 됐다. 다음 달 11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은은 2월과 마찬가지로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한 번 더 동결하고 물가 및 경기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이 5월 한 차례 더 베이비스텝을 밟더라도 현재 시장흐름에선 어느 정도 감내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선에서 움직이는 등 원화 약세가 더 심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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