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가 사실 모자라다? 당신이 모자란 건 아닐까요?"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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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3-27  |  수정 2023-03-26 16:11  |  발행일 2023-03-27 제12면
"올해 안으로 단순 업무하는 상담사는 없어질 수도"

AI 시대에 안정적 직업은 '농기계 운전사', '파이프 수리공'
챗GPT가 사실 모자라다? 당신이 모자란 건 아닐까요?
지난 24일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서 열린 한은금요강좌에서 강사로 나선 반병현 작가는 "챗GPT 의 출현도 60년이라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했고 더 성능 좋은 챗봇 개발 경쟁을 통해 발전과 진화의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제공>

"대화형 인공지능(AI)인 챗GPT 기능은 사실 사용자의 지능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지난 24일 대구 동인동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 2층 강당에서 열린 '한은금요강좌'에서 강사로 나선 반병현(30·챗GPT 저자) 작가가 화면에 띄운 문장이다. 그는 "일부 언론에서 챗GPT가 황당한 답변 등 이상한 결과를 내놓는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면서 "챗GPT가 사실 좀 모자랄까? 모자란 건 당신이 아닐까? 속으로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반 작가의 말은 1970년대 말부터 신경망 AI(인공지능)를 연구해 현대 AI의 기초 구축에 기여한 테리 세즈노스키 교수(캘리포니아대 )의 발언을 인용한 것이다. 세즈노스키 교수는 지난달 챗봇 이용자의 말과 의도가 챗봇에 왜곡돼 반영될 수 있다는 연구 논문을 과학저널 '뉴로 컴퓨테이션'에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 세즈노스키 교수는 인간과 챗봇은 서로 '미러링'한다며 해리 포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마법 거울인 '소망의 거울'에 비유했다.

반 작가는 이날 '챗GPT의 원리와 파급 효과 그리고 산업계의 전망'을 주제로 한 강의에서 챗GPT의 파급 효과와 산업계의 전망을 먼저 설명했다. 그는 "챗GPT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지능을 넘어섰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며 "단순한 업무를 하는 상담사는 올해 안으로 일자리를 잃을 수 있고 책상에서 일하는 직업은 사라질 수도 있다. 의외로 AI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직장에서 더 이상 필요성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반 작가는 AI 시대에서 안정적인 직업을 꼽았다. 그는 "챗GPT에게 뺏기지 않는 직업은 농기계를 운전하거나 페인트를 칠하고, 파이프를 조이는 일"이라며 "조만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워드, 엑셀 등 오피스에 챗 GPT 기능이 무료 업데이트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작가는 2시간동안 진행된 이날 강연에서 챗GPT의 원리를 설명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챗GPT 출시까지는 13일 걸렸지만 대화형 AI가 갑작스레 나타난 것은 아니다. 60년간 이어진 시행착오의 산물이다. 최초 챗봇은 1966년 MIT에서 개발된 '엘리자(ELIZA)'다. 간단한 의사소통의 논리 구조를 띠어 단순한 채팅만 할 수 있었다. 이후 AI는 개발 과정에서 크고작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그 사이 알파고의 원조 IBM의 AI 슈퍼 컴퓨터 '딥블루'가 세계 체스 챔피언을 꺾었다. 8년 전 패배를 설욕할 때까지 모든 가능한 경우의 수를 입력했다. 그 뒤로 19년 만에 알파벳의 구글 딥마인드에서 개발한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는 한국의 프로 바둑 기사 이세돌 9단을 이겼다.

AI가 단어의 의미를 이해하게 된 건 2013년이다. 이듬해에는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고 맥락도 깨닫기 시작했다. 똑똑한 챗봇의 상용화 가능성을 열어준 것은 연관된 하드웨어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해서다. 반 작가는 챗GPT를 이해하려면 2017년 구글이 발표한 맥락과 의미를 학습하는 신경망 '트랜스포머(Transformer)' 기술과 최근 문맥과 통계적 연관 관계를 반영해 다음 분석 대상을 정하는 '어텐션'(Attention)이라는 기술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트랜스포머 어텐션 덕분에 데이터를 순차적으로 추적하며 한꺼번에 추론하지 않아도 돼, 효율성이 높아졌다.

반 작가는 30건 이상 특허출원한 발명가이자 10건 이상 논문을 서술한 연구자이며, 20권이 넘는 책을 집필한 저술가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석사과정을 조기 졸업한 뒤 병역 의무 중 업무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6개월 치 업무를 30분 만에 끝내 주목받았다. 현재 그는 상상텃밭의 최고기술경영자로 재직하며 농업의 무인화를 위한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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