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구로에서] 까방권과 까임권 사이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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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2  |  수정 2023-04-12 09:20  |  발행일 2023-04-12 제26면
총선 1년 앞둔 정부·여당

입방정과 공과금 결정장애

민심은 정부견제론 힘실어

반성·희생없는 TK의원에

지지 대신 적당한 긴장감을

[동대구로에서] 까방권과 까임권 사이
최수경 정경부장

'까방권'이란 말이 있다. 까임방지권의 준말이다. 예전에 바람직한 일(?)을 많이 해서 향후 비난받을 일이 생겨도 이를 면제받을 수 있는 권리다. 국민 또는 대중들과 두터운 신뢰관계 형성이 전제돼 있다. 그 대척점에 있는 게 '까임권'이다. 일단 까임권 대상이 되면 뒤끝이 작렬할 수 있다. 아무리 공덕(功德)을 쌓아도 본래 이미지를 회복하기 힘들어서다.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 말들이 자주 오버랩된다. 민심은 천심(天心)이라는 데 보수정당에 늘 호의적인 TK민심은 요즘도 그대로일까.

거대 야당의 '입법독주'에 속수무책인 소수여당 국민의힘(국힘)은 내년 총선 지형도 변화가 간절할 것이다. 고육지책으로 법률안 시행령을 손질해보지만 한계는 명확하다. 각 부처 장관의 개인기로도 돌파는 힘들다. 그래서 온전한 의회권력 교체를 해법으로 여긴다. 의욕이 너무 강했던 탓일까. 김기현 국힘 당 대표가 호언했던 연포탕(연대·포용·탕평)식 대통합은 온데간데없고, '친윤 인사'들로만 당 새 지도부가 채워졌다. 지난 4·5재보궐선거는 그 첫 시험대였지만 불안감만 가중시켰다. 당 대표의 지역구인 울산 텃밭에서 기초의원 의석을 야당에 내줬다. 정치체급이 낮아 확대해석은 경계해야겠지만 기초의원 선거가 바닥민심의 발로라는 점에선 예사롭지 않다. 정당공천은 없었지만 울산시교육감 선거에서도 진보진영에 참패했다. 여당은 부산·울산·경남권 표심 동향을 재점검할 상황에 처해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는 여당을 더 움츠리게 했다. 취임 1년도 안 된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0% 초반 프레임에 갇혔다.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외치며 하나라도 더 끌어모아야 할 동력이 계속 널브러지는 모양새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 증가세는 뼈아프다. 지난해 5월 18%였던 무당층 비율이 29%까지 치솟았다. 양 극단 정치가 횡행하는 국내 정치판에서 무당층 증가는 정치불신과 정치혐오가 극에 달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응답자의 50%는 내년 총선 때 정부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고도 했다. 한 달 전 엇비슷했던 정부에 대한 견제론과 지원론 구도가 견제론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사실 국힘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입방정' 논란으로 어느 정도 예견됐다.

경제 현안 대처에서도 디테일 없는 보여주기식 설득행보로 헛발질만 반복했다. 전기·가스요금 결정은 눈치만 보다 실기(失期)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KT·금융지주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억지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민감 이슈인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주 69시간' 논란은 영혼 없는 설득작업의 패착으로 기록될 공산이 크다. 자업자득이다.

여당은 내년 총선까지 표심 우열을 가리기 힘든 수도권과 신흥 격전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 부·울·경에 큰 공을 들일 것이다. 공천확정이 곧 당선이고 선거에선 늘 주연 같지만 실제 단역 조연에 불과한 TK는 더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 TK에 물갈이용 무더기 낙하산 공천설을 흘리는 여권 실세와 이를 막기 위해 모래알 같던 현역의원들이 뭉치는 모습은 참 난센스다. 자기반성과 정치적 희생을 외면하는 이들에게 온정적 지지는 사치다. 이참에 '까방권'을 거둬들이고, 보수의 심장에서 먼저 회초리를 들면 정치적 울림과 반향이 커질 수 있다. 정치판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일이 시급하다.

최수경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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