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레이더]조선업, 인력난 넘어 흑자 전환 원년으로

  •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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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17 20:59  |  수정 2023-04-18 07:35  |  발행일 2023-04-18
[경제레이더]조선업, 인력난 넘어 흑자 전환 원년으로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

불황의 긴 터널을 지나 한국 조선업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10년대 해양사업의 대규모 손실과 선박발주 감소로 오랜 기간 몸살을 앓던 한국 조선소들은 2021년부터 증가한 선박발주와 선가 상승에 힘입어 속속 흑자 전환을 목전에 두고 있다. 첫 테이프를 끊은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 2022년 3분기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다. 삼성중공업은 연초 발표한 2023년 실적 가이던스에서 연간 흑자 2천억원을 공언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른 조선소에 비해 시점은 다소 늦을 수 있지만 대우조선해양 역시 흑자 전환이 기대된다. 빅3 조선소 모두가 흑자를 낸 것은 2011년이 마지막이었다. 무려 12년 만에 조선업 실적은 반등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여전히 우려 섞인 목소리가 조선업을 감싸고 있다. '일감은 늘었는데 일할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길고 길었던 불황은 조선업과 지역사회에 작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소재한 경남 거제시의 주민등록인구는 2016년 25만 7천명에서 2022년 23만 7천명으로 8% 감소했다. 2015년 1.9명으로 전국 시 단위 지자체 1위를 자랑하던 합계 출산율은 2021년 0.9명으로 경남 꼴찌 수준으로 하락했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정말로 일할 사람이 없는 것이다.

2021년부터 증가한 수주 잔고가 1년여의 설계 기간을 거쳐 본격적으로 건조에 들어가면서 인력난은 더욱 불거지기 시작했다.
아직까지 크게 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일부 조선소에선 벌써부터 납기 지연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온다.

그러나 마냥 우려할 일은 아니다. 기간산업이자 노동집약적 산업의 대표주자인 조선업에서 사람의 중요성은 누구보다도 정부와 기업이 잘 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법무부는 비자발급기간 단축과 숙련기능인력 쿼터 확대 등을 통해 올해 4천명 이상의 외국인 근로자를 조선업에 수혈하고자 계획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1천명의 인원을 기술교육원에서 무료 양성하기로 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2022년 4분기 실적에 수 천억원의 인건비 관련 충당금을 원가에 선 반영하며 인력 확보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다만 조금의 시간은 필요하다. 인력 감축에 비해 충원은 당연히 시간이 더 걸린다. 신규 인원의 숙련도와 외국인 근로자의 언어 장벽도 초기 생산성 향상에 다소 걸림돌이 될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
실제로 이미 외국인이 투입된 현장에선 '걱정했던 것보다 작업성이 좋다'는 말이 나온다.

2019년말 1.86억 달러에 머물던 174K LNG운반선의 선가는 2023년 4월 현재 40% 가까이 상승한 2.6억 달러에 달한다. 2020년말 402억 달러에 그쳤던 빅3조선소의 조선&해양 수주잔고는 2년만에 125%나 상승해 지난해 말 904억 달러를 기록 중이다.

일거리는 넘쳐나고, 시황은 꺾이지 않고 있다. 조선업은 상승의 바람에 올라탔다. 단기적 인력 이슈가 순항의 흐름을 다소 지연시킬 수 있으나 방향성은 명확하다. 다시 조선업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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