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식당 자영업 '밀키트'로 뚫는다

  • 손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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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4-23 16:27  |  수정 2023-04-23 16:29  |  발행일 2023-04-24 제2면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매출 80% 감소
밀키트 지원사업 참가로 '용기 얻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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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만난 차상열 한마당 돼지찌개 사장은 "밀키트 지원사업으로 매출 이상의 의미를 얻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설 용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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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만난 차상열 한마당 돼지찌개 사장은 "밀키트 지원사업으로 매출 이상의 의미를 얻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설 용기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지난 21일 오후 2시쯤 대구시 동구 방촌동 한 주택가. 89㎡(27평) 크기의 식당 앞에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가게 내부엔 사장 차상열(40)씨가 손님들이 먹고 간 상을 분주하게 정리했다. 그는 "점심 장사는 끝났는데 이제는 주문받은 밀키트(간편조리식)를 배송해야 한다"면서 웃었다. 밀키트 배송시간은 오후 3~4시다.


차씨는 2019년 5월 식당을 창업했다. 달서구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장모의 레시피로 돼지찌개 가게를 차렸다. 주변에 사무실이나 대학가,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없어 입지 조건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월 매출 5천만~8천만원을 올렸다. 그러나 이듬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는 동안 매출이 80%나 고꾸라졌다. 어쩔수 없이 직원들을 내보내고 생존모드로 돌입했다. 일단 버티는 게 중요했다. 2021년 후반기부터 점심 매출이 다소 회복했다. 이때 차씨는 밀키트를 생각했다. 저녁 장사 영업시간을 줄여 일과 가정을 병행하려고 아이디어를 낸 것이다.


막상 밀키트를 만들려고 하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뭘 준비해야 할 지를 몰랐다. 시간내기도 빠듯했다. 지난해 우연히 장모 추천을 받아 대구시의 '밀키트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그는 "주변에서 밀키트를 해보라는 조언을 많이 받았다. 막상 장사를 하면서 밀키트를 제작하기가 버거웠다"며 "체인점이나 기업이 아니니까 도와줄 사람을 구할 수도 없었다. 대구시 도움을 받아 시간을 절약했다"고 했다.


대구시 지원을 받아 밀키트 제작에 나서기까지 소요된 시간은 석 달이다. 컨설팅 수행업체인 <주>미래지역산업개발원의 전문 컨설팅으로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쓸 수 있었다. 제품 사진 촬영과 정량 레시피 구분, 포장 용기 선택, 서류 준비절차를 모두 마쳤다. 라이브 커머스를 통해 제품 홍보에 나선 뒤 지난해 11월부터 밀키트 제품 판매를 본격 시작했다. 석 달 간 밀키트 판매 실적은 1천만원 정도다. 한 달 매출이 2천만~3천만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밀키트 판매 실적이 매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진 않다.


그는 "하루 20~30개 세트의 밀키트를 혼자 판매한다. 그 이상 주문받으면 최소 3배 넘게 판매해야 이득이 남는다"며 "온라인 마케팅 업체에 돈을 주면 (주문 급증) 효과는 있겠지만 너무 돈만 쫓는 것 같아서 싫었다"고 말했다.


차씨는 밀키트 사업의 의미를 높게 봤다. 그는 "새 트렌드에 맞춰 판매방식을 바꾸고 노력한 게 저 스스로를 변하게 했다.컨설팅 업체와는 지금도 조언을 구하는 사이가 됐다"면서 "뭐든지 도와주는 것만 해도 감사한 일이다. 다만, 컨설팅 업체에서 도와준다고 해도 발판만 마련해준다. 결국 자영업자 스스로 얼마나 노력하느냐의 따라 성공 여부가 판가름난다"고 강조했다.

손선우기자 sunwo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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