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법률 가이드] 기술탈취에 대한 법적 대응

  •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 |
  • 입력 2023-06-28 07:46  |  수정 2023-06-28 07:51  |  발행일 2023-06-28 제14면

2023062601000829000034101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최근 기술탈취 이슈가 핫하다. 국내 최초로 실시간 개인 맞춤형 영양제 디스펜서를 개발한 스타트업 '알고케어'가 굴지의 대기업을 상대로 기술탈취 의혹을 제기한 게 발단이 됐다. 이후 스타트업 업계 전반에 '기술탈취 미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술탈취가 하나의 화두가 되고 있다. 다행히 알고케어 분쟁은 양사 간의 상생합의와 롯데의 디스펜서 사업 철수 확약을 통해 아름답게 일단락된 듯 보인다. 하지만 실무에서 기술탈취 분쟁은 사활을 건 전쟁을 통해 판가름 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는 기술 탈취 내지 영업비밀 침해 상황이 발생했을 때 큰 틀에서 어떤 방향으로 대응할 수 있을지 개략적으로 살펴보자.

우선, 문제가 되는 정보가 특허인지 영업비밀인지부터 명확히 해야 한다. 만약 특허로 등록된 기술이라면 특허권 침해를 문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영업비밀 침해로 구성해야 한다. 다만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특허를 대놓고 침해하는 경우는 많지 않기에, 실무에선 영업비밀 침해가 좀 더 많이 문제된다.

기술탈취에 대해서는 크게 형사·행정·민사적 대응을 고려할 수 있다. 형사 대응은 부정경쟁방지법에 따른 영업비밀 침해, 공정거래법상 사업활동 방해(기술의 부당이용)의 방향으로 가장 많이 이뤄진다. 전자는 일선 경찰서 또는 특허청에, 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에 각각 신고서 내지 고소장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 양자 모두 공히 해당 정보가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비밀관리성의 요건이 충족돼야 보호되는 영업비밀로 인정된다는 점은 동일하다. 하지만 그 허들을 넘는 게 실무에선 쉽지 않다.

행정상 대응은 부정경쟁행위, 중소기업기술 침해 신고를 함으로써 각 부처의 행정조사권 발동을 촉구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전자는 특허청, 후자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소관 부처이다. 형사처벌을 전제하진 않으나 만약 침해사실이 인정된다면 침해자에게 시정 권고를 내리게 된다. 시정 권고는 개별 법령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이를 공표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민사소송을 진행할 수 있다. 부정경쟁행위는 영업비밀침해 외에 '아이디어'나 혹은 보호가치 있는 성과에 대한 침해도 포함한다. 형사 사건에 비해 주장할 여지가 좀 더 넓은 편이다.

민사절차로는 침해금지 및 예방, 즉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하지 말아 달라는 형태의 청구를 진행할 수 있다. 손해배상도 당연히 가능하고 여러 특칙이 있다. 가령 기술탈취로 생산한 제품의 수량이 피해회사의 생산 능력을 초과한 경우에도 초과분에 대해 일부 손해배상액이 인정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침해자가 얻은 이익을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침해가 고의적이거나 혹은 거래교섭 과정에서 제공된 아이디어를 무단 사용하는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 범위가 인정될 수도 있다.

다만 이러한 여러 제도에도 불구하고 실무에서 침해가 인정된 사례는 많지 않다. 형사 사건은 검찰 단계에서 기소되는 비율이 20% 내외이고, 기소돼도 무죄율이 20~30% 선이다. 처벌이 이뤄져도 70~80%가 벌금형에 그친다. 민사 역시 인용률이 일반 사건에 비해 절반 정도 수준이다.

그 이유는 영업비밀 요건, 특히 비공지성과 비밀관리성 요건을 충족하는 게 실무상 까다로워서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 2018년 법개정으로 도입한 '아이디어'도 비공지성 요건은 동일하게 요구된다. 당연히 법적 요건이 구비되지 않으면 정부 부처도 도움을 줄 수 없다. 기술탈취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이전에 전문가 상담을 받아야 하는 이유다.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기자 이미지

최영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