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뉴스] 대구 수성 어린이 공원 늘벗정원을 가꾸는 꽃아지매들

  • 이원욱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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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2  |  수정 2023-08-09 08:39  |  발행일 2023-07-12 제21면
수성구 특색 사업으로 자리 잡은 "수성구 마을정원사회"

마을정원사 교육과정 이수해 자발적으로 결성한 모임

수성2.3가동 마을 정원사회 지난해 전문가 평가 '우수상'
[동네뉴스] 대구 수성 어린이 공원 늘벗정원을 가꾸는 꽃아지매들
수성2·3가동 마을정원사회 회원들이 앞치마를 두른 채 작업을 마치고 찍은 단체 사진. 이정자 씨 제공
[동네뉴스] 대구 수성 어린이 공원 늘벗정원을 가꾸는 꽃아지매들
수성2·3가동 마을정원사회 회원들이 천을산 꽃농장에서 일을 마치고 단체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자 씨 제공

대구 수성 어린이 공원에 위치한 '늘벗정원'에는 연중 꽃향기로 가득하다. 공원 내 황무지와 같았던 빈 공간에 꽃을 심고 물을 주며 가꾸는 사람들 덕분이다. 늘벗정원 인근에 거주하면서 대가 없이 마을 꾸미기를 자처한 사람들은 수성2·3가동 '마을정원사회' 회원들이다.


회원들은 늘벗정원에 매일 출근 도장을 찍으며 물을 준다. 늘벗정원 외에도 관리하는 정원이 몇 군데 더 있다.


마을정원사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정자(64·대구 수성구) 씨는 "평소 2~3일에 한 번씩 물을 주다가 무더워진 날씨 탓에 최근 하루에 한 번씩 주고 있다. 더운 날씨를 피해 한밤중에 나와 물을 주는 경우도 있다"며 웃었다. 이 회장의 별명은 꽃아지매 1호다. 동네 어르신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수성2·3가동 마을정원사회원은 11명. 40대에서 60대의 다양한 연령과 성별, 직업군으로 구성됐다. 수성구청의 마을 정원사 교육과정을 이수하며 결성된 자발적 모임이다.


김순남 수성2·3가동장에 따르면, 마을정원사 사업은 수성구만의 특색 사업으로 정원사회가 23개 동마다 결성이 되어 활발히 운영 중에 있다. 수성구청은 전문적인 '가드닝' 지식을 바탕으로 정원을 가꿀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수를 실시 중이며, 정원을 꾸미는 데 필요한 장비나 준비물도 지원하고 있다. 김 동장은 "마을정원사들은 마을 공동체의 회복이라는 당초 사업의 목표를 이룬 주역이다. 역할을 너무나 잘하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올해 조성된 천을산(수성구 매호동) 꽃농장은 수성구 17개 동의 마을정원사회가 동마다 특색이 있는 꽃을 30~40평의 배정받은 땅에 심으면서 시민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이정자 회장은 "꽃농장을 조성하면서 더 큰 공동체를 이룰 수 있었다. 평소 좋아하는 꽃을 함께 심으면서 동네도 살기 좋게 만들고, 무엇보다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라고 말했다.


매년 정기적으로 마을정원사회 회원들이 한데 모여 성과를 발표하는 자리도 있다. 회원들의 동기 부여와 아이디어 공유를 위해서다. 수성2·3가동 마을정원사회는 지난해 전문가 평가에서 마을정원 우수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아, 성과 공유회까지 열었다.


마을정원사 회원들은 꽃을 심고 가꾸는 일뿐 아니라 마을을 위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다. 공원의 벤치 등 시설물을 손보거나 꽃 명패를 직접 제작하고 환경미화 활동도 펼치고 있다. 이정자 회장은 "얼마 전 한 회원이 정원을 찾는 새들을 위한 새집을 만들어 나무에 걸었다"며 "새집 이름도 직접 지었다. 역세권의 새 집인데 아직 새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늘 꽃으로 싸인 늘벗정원을 찾는 이들이 늘면서, 수성 어린이 공원에 활력도 생겼다. 이정자 회장은 "시기마다 심는 꽃들이 정해져 있어 근처 경로당의 어르신들은 물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견학을 오기도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어성초 할아버지'가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평소 국가유공자 모자를 써 회원들이 '유공자 어르신'이라 부르던 할아버지가 하루는 마을 정원에 심으라며 어성초를 가져다주셨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마을정원사들과 친목을 다지며 정원에 자주 놀러 오시곤 했는데 어느 순간 할아버지가 안 보이기 시작했단다. 얼마 뒤 찾아온 할머니가 어성초를 보시며 "먼저 간 우리 영감이 나한테 준 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회원들은 어성초를 볼 때마다 돌아가신 유공자 할아버지가 떠오른다고 했다.


이 회장은 "수성구청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며 "도심 속의 쉼터이자,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애용하는 소통의 장으로서 마을정원을 앞으로도 소중히 가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원욱 시민기자 judge520@naver.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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