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옛길 복원

  • 남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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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07-17 06:56  |  수정 2023-07-17 06:57  |  발행일 2023-07-17 제27면

최근 생태축 복원사업으로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흙길을 드러낸 하늘재는 계립령으로도 불리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갯길이다. 충북 충주시 미륵리와 경북 문경시 관음리를 이어주는 백두대간 포암산과 탄항산 사이 해발 525m의 고갯길로 죽령보다 2년 앞선 156년 신라 제8대 아달라왕이 북진을 위해 개척했다. 2019년부터 시작한 복원 사업이 4년 만에 마무리됐다.

가까운 해발 642m의 문경새재가 하늘재보다 높은데도 이 고개가 하늘재로 불린 것은 영남에서 한양을 가는 빠른 길인 새재는 양반만 다니도록 제한해 서민들은 낮지만 한참 돌아가는 하늘재가 하늘만큼 높고 힘들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전해진다. 또 일부에서는 충주 미륵리와 문경 관음리가 가진 지명의 유래가 불교적 시각에서 미래의 '미륵'과 현실의 '관음'을 가리키는 것으로, 문경에서 충주로 가면 미래의 땅으로 가는 것이고, 충주에서 문경으로 가면 새로운 현실의 땅으로 가는 의미라는 설도 있다.

이번에 복원한 문경 구간 옛길은 2.48㎞. 하늘재 고갯길이 시작하는 곳에서는 한참 먼 정상 부근 일부에 불과하다. 충주 방면과 달리 마을이 형성돼 있고 사찰이나 농경지가 있다. 앞서 충주 쪽 옛길을 포장해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문경 쪽은 깨끗하게 포장돼 접근이 쉬운데 충주의 비협조로 하늘재의 관광 개발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하늘재 옛길 복원에는 57억원이라는 많은 돈이 들었다. 늦게나마 옛 모습을 찾은 것은 다행이다. 개발이냐 보존이냐는 늘 고민이지만, 문화나 역사와 연관되면 훼손으로 나타나는 개발보다 지키는 것이 미래를 위해 올바른 선택이 아닐까.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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