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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현기자〈사회부〉 |
딱 두 달이다. 서울 서이초등 선생님이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지. 하지만 아직 크게 바뀐 것은 없어 보인다. 현재 진행형이다. 그 후 또 여러 명의 선생님이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4일 서이초등 교사 49재에 열린 '공교육 멈춤의 날' 행사에 참석한 교사들은 차분히 고인을 추모하며 무너진 교권 회복을 강력히 주장했다. 기자의 인터뷰에 응한 교사는 떨리는 목소리였지만 단호하고 힘이 있었다.
두 달 전 20대 초반 꽃다운 나이의 한 A 교사가 우리 곁을 떠났다. A 교사는 학부모의 '갑질'로 괴로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교사노동조합은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과 학생 생활지도의 어려움을 짐작할 수 있는 여러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찰과 교육 당국이 이 점을 간과해선 안 되며, 유족을 비롯한 전국의 교사 등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에도 의혹만이 난무할 뿐, 밝혀져 드러난 것이 없었다. 그 후 교권 회복의 바람은 들불처럼 전국으로 번졌다. 수만 명의 교사들이 여의도 등 거리로 뛰쳐나왔다. 단일직업 최다 인원으로 알려졌다.
행정부와 입법부는 여전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반복한다. '서이초등 사건'을 계기로 추진된 '교권보호 4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 갑질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폭력, 언어폭력 등 갖가지 기행 사례는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정치권은 무관심했다. 바닥을 뚫고 들어간 교권은 다시금 지상으로 나올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일선 교사들은 "터질 게 터졌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또 이제서야 무너진 교권이 화제가 되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아는 교사들에게 들어본 학부모 갑질 사례는 천차만별, 상상 그 이상이었다. 아무에게도 가르쳐 준 적 없는 개인 번호를 알아내 수업 시간 외 주말 할 것 없이 선생님들을 괴롭히는 학부모도 있다. 선생님들의 사생활은 검열 대상이었다. SNS 프로필 사진 선정에도 간섭하기 일쑤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의 행동을 보고 배운다.
갑질 피해는 누구나 당할 수 있다. 노동 출입을 맡으며 교사뿐만 아니라 공무원, 서비스직, 자영업에 가릴 것 없이 모두 을의 위치에서 갑질을 당하고 있는 현실을 봐왔다. 지난 16일 들불이 재점화됐다. 다시 교사들이 거리로 나왔다. 이들의 단호한 목소리로 바뀌는 관련 법 개정안들이 모든 '을'들에게 강력한 응원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동현기자〈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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