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하 우경정보기술 대표 |
휴대폰이 막 보급되고 인터넷이 등장하기 시작했던 1990년대 후반에, 우리는 휴대폰과 인터넷이 우리 삶에 없어서는 안될 '산소'와 같은 존재가 될 것이라고 상상이나 했었던가? 특히 우리 사회의 주역이 되어 있는 MZ세대의 경우에는 한글을 배우기 전에 스마트폰 속 인터넷 화면을 먼저 접했고, 동네 놀이터가 아닌 스마트폰 화면 속 SNS나 메신저를 통하여 친구를 사귀고 있으니 스마트폰이 없는 시대를 상상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스마트폰 없이 생활하기 어려운 새로운 인류 문명의 시대가 도래한 이러한 현상을 두고, 영국의 경제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지에서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를 '슬기로운 인간'이라는 의미의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어 '지혜가 있는 폰을 쓰는 인간'이라는 의미의 '포노 사피엔스'라고 명명하기도 하였다. 현생의 '포노 사피엔스'들은 스마트폰에 기반하여 많은 디지털 문명과 진화를 이루어내기 시작했지만,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서 스마트폰 중독, 암기와 기억 능력 및 집중력의 저하, 성조숙증 등 스마트폰의 부작용과 우려가 대두되기 시작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화의 방향은 정해져 있고 그 속도 또한 매우 빠르기 때문에 우리는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이고 현명한 '포노 사피엔스'로 진화해야만 했고 이러한 현상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최근 모바일뉴스를 보거나 국내 기업의 경영진이나 정부 고위 관료분을 만나면 요즘 빠지지 않는 대화거리가 '인공지능(AI)'이다. AI가 작곡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논문도 쓰고 심지어 코딩도 한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니, AI 활용이 조직 운영의 효율성과 나아가 조직의 성장 과정에서 중요한 기회로 느껴질 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다. 특히 초거대AI에 적용되는 'AI 파운데이션 모델'의 개발로 인하여 AI의 활용 분야가 현저히 늘었기 때문에 선도 기업들은 이제는 AI 도입 여부보다는 AI 기술의 활용 문제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다. 그런데 AI 기술이 반복적 처리 업무를 대체하거나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과제를 신속히 처리함으로써 개별 기업의 효율 개선과 이를 통한 성장에 활용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인류의 안전한 생존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활용되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 같다.
기후 위기로 인하여 재난 규모와 피해가 나날이 거대화되어 가고 있는 가운데 산불 예방, 홍수 피해 예보 등 안전한 일상을 만드는 데에 AI 기술을 접목하려는 노력은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노력은 우리의 지근거리에 있는 일상생활에서도 이루어져야 한다. 얼마 전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 구내식당에서 퇴식구 위에 카메라를 설치해 식판을 촬영하고 'AI비전을 활용한 잔반량 측정'을 실시하여 경향성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자 하는 아이디어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러한 노력은 작지만 AI 기술로 일상을 바꾸는 바람직한 실천 사례라고 생각이 된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 모든 곳에 침투하여 '산소'와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린 것처럼, 향후 10년, 어쩌면 불과 내년부터는 AI가 우리 일상을 좌지우지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 태어나고 있거나 앞으로 태어날 인류는 '포노 사피엔스'가 아니라 'AI 사피엔스'로 명명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진화의 과정에서 우리 인류는 더욱 안전하고 풍요로워져야 하고 이를 위해서 새로운 기술이 우리 일상에서 긍정적으로 활용되도록 모두가 실천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다.
박윤하 우경정보기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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