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욱 큐레이터와 함께 '考古 go! go!'] 옛사람들의 치아 건강과 질병

  • 김대욱 큐레이터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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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0-27 08:43  |  수정 2023-12-12 10:15  |  발행일 2023-10-27 제25면
치아 표면 가로줄은 생기면 안 없어져…옛 집단의 성장기 스트레스 연구에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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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사람들의 치아는 당시 사람들의 구강 상태를 평가하고 이를 통해 음식물의 섭취 양상과 식이 습관을 복원하는 데에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지금까지 치아의 병리적 지표들을 통해 개체의 성과 연령, 지위에 따른 유병률의 차이나 식료 섭취, 식이 습관의 변화에 대한 공시적·통시적 관점에서 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임당유적에서 출토된 인골에서는 충치와 생전 치아 결실, 농양 등의 치아 병리 지표를 통해 삼국시대 경산에 살았던 사람들의 치아 건강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구체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임당유적서 출토 58명에 흔적
질병·영양불량일 때 발생하는
'에나멜 형성부전증' 병변 확인

가장 오래된 질병 중 하나 '충치'
유병률 5.79%…옆면에 발생도
치아 마모는 주로 여성서 확인


치아를 자세히 관찰해 보면 치아 표면에 가로줄이 생겨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가로줄은 치아가 자라는 동안 질병이나 영양 상태가 좋지 않아 생리적 스트레스가 발생할 때 에나멜 분비가 중단되어 치아머리의 표면에 생기는 에나멜상의 결함인데 이를 에나멜 형성부전증(enamel hypoplasia)이라고 한다. 이는 옛사람 뼈에서 흔히 확인되는 병변 중 하나이며, 치아의 특성상 한번 생기면 영원히 없어지지 않아 옛 집단의 성장기 스트레스를 연구할 때 자주 이용된다. 임당유적 출토 인골에서는 58명의 치아에 이 가로줄이 남아있었다.(사진1)

기원후 5세기 말 즈음에 축조된 조영EⅡ-2호묘의 순장자 치아를 살펴보면 하악골 우측의 제3대구치가 맹출되지 않았으며 하악골 좌측의 제3대구치는 맹출 중이었다. 대퇴골과 경골의 성장이 완료되지 않아 골단과 골간 사이의 골단판이 완전히 붙지 않았으며 천골의 성장이 완료되지 않아 골체가 분리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 순장자의 나이는 15~18세 정도로 추정 가능하며 개체의 성장이 완료되지 않아 성별은 추정하기 어려웠다. 이 순장자의 치아에서도 선형의 에나멜 형성부전증(사진2)뿐만 아니라 생전 치아결실(좌측 제1소구치)과 충치(사진3)도 확인되었다.

사람들의 가장 흔한 치아질환이 충치(caries)인데 충치는 치아 우식증이라고도 부르며 선사시대 이전부터 발견되는 가장 오래된 질병 중 하나이다. 입안에 서식하는 세균에 의해 설탕, 전분 등이 분해되면서 생기는 산(acid)에 의해 치아의 표면을 덮고 있는 에나멜이 손상되어 생기는 질병이다. 충치의 유병률은 근대 사회에 와서 급격히 증가하였으며, 이는 당분 및 탄수화물 섭취 등과 같은 식생활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다.

임당유적에서 출토된 치아 중 분석된 치아 1천485개 중에서 충치가 확인된 치아는 86개로, 충치 유병률은 5.79%로 확인되었다. 여기에서 남성의 유병률은 4.89%, 여성은 6.15%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다소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사진4~6) 대개 음식을 씹은 면, 즉 치아의 윗면과 아랫면에 충치가 발생하는 것이 많은데 특이하게 치아의 옆면에 충치가 발생하는 경우도 확인된다.(사진7)

농양은 주로 충치나 치아의 심한 마모 또는 외상으로 인해 치아의 에나멜과 상아질이라고 하는 구조가 손상되면서 치아속질(치수)이 노출되고 그 공간까지 세균이 침투하게 되면서 이틀뼈(치조골)에 구멍이 발생하는 증상이다. 고고학 유적에서 출토되는 사람 뼈의 농양은 주로 충치와 극심한 마모, 외상에 의한 치아속질공간 노출이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된다. 임당유적에서 출토된 치아 중 분석 대상이 된 전체 치아 못박이관절 1천144개 중에서 농양이 확인된 부위는 단 8개로, 농양 유병률은 0.7%로 확인되었다. 여기에서 남성의 유병률은 1.01%, 여성은 0.48%였다.(사진8~9)

충치가 치아속질공간을 침범하면서 염증성 반응이 나타나 충치와 농양, 그리고 생전 치아 결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런가 하면 치주질환으로 인한 잇몸의 염증이 이틀뼈까지 확장되고 치주염이 심해지면서 생전 치아 결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고고학 유적에서 출토된 사람 뼈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생전 치아 결실은 질감이 거친 음식물의 잦은 섭취로 인한 치아의 극심한 마모, 영양 부족에 의한 질병, 문화적 관습에 의한 발치 풍습, 외상에 의해서 나타난다고 보고된 바 있다.(사진10~11) 임당유적에서 출토된 치아 중 분석된 전체 치아 못박이관절 1천144개 중에서 생전 치아 결실이 확인된 부위는 88개로, 생전 치아 결실 유병률은 7.69%로 확인되었다. 여기에서 남성은 10.81%, 여성은 3.8%였고 성 추정 불가 범주는 6.11%로 나타났다.

그런가 하면 치아에 붙은 치태와 기타 물질이 굳어져 석회화된 치석이 확인되는 사례도 있다.(사진12~13) 최근에는 이 치석을 분석하여 당시 사람들이 즐겨 먹었던 음식을 추적한다고 하니 앞으로 이러한 분야의 기술 발전도 기다려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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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욱 큐레이터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앞서 소개한 치아의 병리적 분석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특정 치아의 마모나 기형적인 요소도 발견된다. 치아 마모는 4~8세 정도의 어린아이의 윗 앞니의 안쪽 면(사진14), 21~35세 여성의 윗 앞니의 안쪽 면(사진15), 41~60세 정도의 여성(적)의 아래 앞니(사진16) 등에서 확인되는데 어린아이로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주로 여성에게서 확인되는 특징이 있다. 또한 4~8세 정도의 어린아이의 치아는 치아 두 개의 뿌리가 붙어 있는 선천적 치아 기형(사진17)이 확인되기도 한다.

이상으로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출토된 사람 치아를 통해 옛사람들의 질병을 추적하여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찾아보고자 하였다. 앞으로도 체질(생물)인류학, 해부학, 분자유전학, 법의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옛사람들의 삶을 더욱 생생하게 복원하고자 한다.

김대욱 큐레이터 영남대박물관 학예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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