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대 박사의 '똑똑한 스마트시티·따뜻한 공동체'] 메가시티여 가라! 스마트리전이 온다

  • 김희대 대구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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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12-15 09:16  |  수정 2023-12-15 09:17  |  발행일 2023-12-15 제25면
도시 간 소모적 경쟁 그만…지속가능성 키우는 '스마트리전' 구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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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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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대 (대구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대한민국은 메가시티 논쟁으로 뜨겁다. 경기 북부의 김포시를 서울로 편입한다는 '메가 서울' 논쟁은 특정 지역을 넘어 들불처럼 번진다. 고양, 부천, 구리, 하남, 광명 등 주변 도시의 서울 편입 논란을 촉발하였으며, '부울경', 대구경북, 충청권, 호남권 지역에서 점차 시들해지던 메가시티 논쟁을 재점화하는 양상이다.

메가시티는 생활경제권과 행정이 기능적으로 연결된 인구 1천만명 이상의 거대 도시권을 의미한다. 런던과 도쿄가 대표적이다. 영국 수도 런던은 1965년 대확장을 통해 런던 카운티와 주변 지역을 합쳐 면적 1천572㎢의 '그레이터 런던(Greater London)'을 형성했다. 일본 또한 23개 특별구를 형성하고 있는 도쿄의 범위를 도쿄도로 확대하면서 면적 2천190㎢, 인구 1천400만명의 메가시티를 운영하고 있다.


규모 확장 중심 메가시티와는 달리 화학적 결합 중요시
대구도 포항·경산 등과 디지털 기반 연계로 관점 전환을



하지만, 한국은 행정구역의 단순한 통합만으로 높은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은 국토가 10만㎢로 세계 109위권의 좁은 면적일 뿐만 아니라, 전체 국토의 70%가 산지로 이루어져 있어 도시 확장이 쉽지 않다. 또한 한국 지방정부의 권한과 재정역량이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스스로 독자적인 행정통합모델을 만들기 어렵다. 오랜 세월 국가 수도의 임무를 수행하며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거치며 도시화에 성공하였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구심력으로 전국의 인구와 산업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서울과는 확연히 다른 지방 도시의 모습이다.

이처럼 국토의 물리적 한계, 지역의 자원부족과 상호 경쟁 관계, 수도권 초집중 등의 이유로 메가시티 구현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메가시티 대안으로 1999년 유럽연합(EU)은 특정 대도시의 확장이 아닌 여러 도시가 공존, 상생협력하는 다중심의 도시체계인 '메가리전(mega region)'을 발표하였다.

메가리전은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곧 도시 경쟁력이라는 인식하에, 도시 간 소모적 경쟁보다 협력체계를 강조한다. 즉 메가시티처럼 개별 도시들을 물리적으로 결합하고 도시 규모에 따라 위계적 구조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 간의 화학적인 연계 협력을 중시한다. 2006년 미국 지역계획협회도 10개 메가리전 중심으로 미국을 발전시키자는 '아메리카 2050'을 제안하였다. 세계도시(global city), 글로벌 도시지역(global city-region), 메가시티 리전(megacity region), 슈퍼리전(super rigion), 다중심 도시지역(polycentric urban region) 등 메가리전에는 다양한 별칭이 있다.

각각의 이름처럼 개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물리적 행정과 경제를 통합하는 메가시티가 아니라 도시의 기능적, 화학적 결합을 더 강조한다.

하지만 메가리전이 말하는 공존, 상생협력, 다중심체계란 말은 탁상공론에 머물기 십상이다. 탁상공론을 벗어나 구체적인 메가리전을 구현할 방법은 없는가? 이에 대해 도시전략가들은 '스마트리전(smart region)'을 주목한다. 스마트리전은 '연접한 도시들이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사용해 네트워크화된 구조 혹은 그와 같은 지역 성장전략'을 의미한다.

생각해 보면 특정 도시의 가장 치열한 경쟁자는 인접 지역임을 알 수 있다. 연접한 도시끼리 단절과 계층화된 구조를 형성한다. 모든 도시는 각자 독자적 규모의 경제에 도달하기 위해 이웃 도시와 자원을 중복으로 투자해 도시의 지속가능성이 약화된다. 스마트리전은 근접한 도시간 경쟁 중심에서 연계와 협력을 통해 범위의 경제를 만드는 네트워크 구조의 결합 형태다. 스마트리전은 통신망,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ICT 기술을 기반으로 한 도시 인프라를 인접 도시와 연계해 구축함으로써 교통, 에너지, 환경, 안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효율성을 구체적으로 높이고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 스마트리전은 지역 간 화학적인 연계 협력을 강화하는 도시간 자원공유와 활발한 시민참여 환경을 조성한다.

핀란드 헬싱키는 이러한 스마트 리전계획을 보여주는 모범도시다. 핀란드는 자신이 포함된 우시마지역에 있는 다른 도시와 연계하는 스마트리전 계획으로 '헬싱키-우시마지역 스마트 전문화전략'을 2014년 수립해 2020년까지 운영했다. 헬싱키의 스마트리전 범위는 26개 지자체의 총면적 9천440㎢의 공간이다. 핀란드 인구의 30% 정도인 170만명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헬싱키 스마트리전 계획은 해당 지역을 국제적인 혁신산업 클러스터로 구축하고, 혁신제품과 서비스의 선도 도시가 되기 위해 연구와 혁신역량을 두 배로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이러한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디지털 선도산업 선정, 지식과 기술활성화, 혁신플랫폼을 통한 실험환경구축, 시민과 연구자의 혁신활동 지원 등을 구체적으로 추진했다. 또한 이웃한 도시끼리 청정기술을 공동 개발하고 건강과 웰니스를 위한 공동 서비스를 하며, 시민참여를 통한 개방적 문제해결로 지역간 화학적 결합을 추구했다. 헬싱키는 스마트시티에 기반한 이러한 적극적인 스마트리전 정책추진으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 스마트도시 순위에서 2020년 2위를 차지하였으며 살기 좋은 도시로 항상 언급되는 도시가 되었다.

그렇다면 대구와 인근 지역은 스마트리전을 어떻게 구현해야 할까? 지금까지 대구는 연접한 경북의 중소 도시인 구미, 포항, 경산과 경쟁했다. 산업환경이 비슷하여 비효율적으로 재정을 투입하며 서로에 대한 불신의 골도 깊다. 대구시가 전국 최대 ICT산업 집적지인 '수성알파시티'를 10년 전부터 조성해 이제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시점에, 경산시는 올해부터 수성알파시티와 20분 거리에 있는 임당지역에 'ICT벤처창업밸리'를 조성하고 있다.

메가시티라는 허구적 프로파간다가 요동하는 지금이야말로, 대구는 이웃하고 있는 경산, 구미, 포항 등과 함께 '스마트리전' 구현이라는 실질적인 행동을 개시할 시점이다. 중앙정부도 물리적 결합은 힘들지만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상생모델을 요청하고 있다. 국토부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도시의 광역 모델인 '스마트도시 네트워크'를 추진할 계획이다.

스마트도시 네트워크는 '혁신거점과 주변 도시를 디지털을 기반으로 도시 기능을 연계하여 새로운 산업을 만들고, 시민 중심의 스마트시티 서비스를 실증하는 혁신생태계'를 말한다. 앞서 이야기한 '스마트리전'의 다른 이름이다. '스마트도시 네트워크'는 기존에 개별적으로 추진하였던 스마트시티 실증사업과 규제샌드박스 제도 지원, 스마트도시 인프라통합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다.

스마트리전을 추진함에 있어 도시들은 이웃하고 있는 도시를 생산적이고 서로의 성장을 촉진하는 존재로 바라보려는 관점 전환이 필요하다. 이웃 도시들과 생산적인 관계로 바뀔 때 비로소 개별도시들의 지속가능성도 높일 수 있다.

<대구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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