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책] 우리들의 정크아트

  • 양민경 더쓸모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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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1-22 08:10  |  수정 2024-01-22 08:11  |  발행일 2024-01-22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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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민경 〈더쓸모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해마다 전시회를 기획하며 지역주민 참여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인다. 주민들은 전문 예술가가 아니기에 작품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비전문가들의 자발적 창의성은 전혀 난해하지 않다. 전시회에서 누구나 즐기고 이해하는 직관적 해석이 환경예술에서는 정말 필요한 부분이 아닌가 해서 "못 하겠어요" 하는 분들을 살살 꼬드겨 본다.

처음에는 "못 해요 제가 무슨 예술을~" 하며 손사래 치던 분들에게 저만 믿으라고 큰소리를 친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다. 조금만 너지(더 좋은 선택을 위한 유도)를 주면 온갖 예술적 감수성이 쏟아져 나온다.

전문가가 보기에 별거 없을지라도 정말 멋진 경험이 되는 거다. 특히 버려진 쓰레기로 만드는 작품은 생활 속에서 누구나 접했던 흔한 재료이기 때문에 전혀 낯설지 않다. 그들은 이제 정크아트의 매력에 푹 빠져 버렸다.

환경예술과 정크아트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정크아트는 버려진 자원을 예술재료로 활용해 환경문제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거다.

원래는 환경문제보다 예술의 새로운 소재였으나, 현대문명의 영위를 위해 자연이 파괴되고 인간의 욕망으로 버려진 것들이 넘쳐나자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를 비판하는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게 됐다.

현재는 환경을 생각하는 예술이라고 해서 '그린아트' '에코아트'로 불리기도 한다.

보통 정크아트 전시회에 가보면 소재가 다양한데, 일회용 플라스틱의 환경문제를 지적하는 작품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일회용품은 구하기 편하지만 작가 입장에서 본다면 쉬운 작업은 아니다.

더 어려운 점은 전시가 끝나고 난 후에도 재활용해야 하는 부분까지 고려해야 해서 소재를 섞지 않으려고 한다.

문제는 작품을 만들면서 '이렇게 작업하면 해체할 때 어떻게 재활용하지, 어떻게 버려야 하나'라는 고민이 창작의 자유로움에 제동을 건다는 거다.

그러다 보니 자꾸 쉽게 할 수 있는 것에 눈독을 들이는 경계에 선다. 재활용과 예술의 경계선 위에서 최소한의 타협이 필요할 때 우리는 모두의 의견 나눔을 통해 공동의 합의로 최선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세제통, 페트병으로 만든 조명이나 화분 등은 지난 전시회에서 많은 관람객의 찬사를 받았고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한 우리의 정크아트 전시회는 올해도 이어질 예정이다.양민경 〈더쓸모 사회적 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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