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의 생각:長考] 문제는 대구다 바보야

  •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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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3-25 07:06  |  수정 2024-03-25 07:08  |  발행일 2024-03-25 제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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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광식 대구 북구청장

1991년 이른바 '사막의 폭풍'으로 불린 미국 중심의 군사작전은 이라크 독재자 사담 후세인의 군대를 가볍게 제압하며 세계 경찰국가 미국의 진면목을 만천하에 과시했다. 그 중심에 있던 '아버지 부시' 조지 H.W. 부시 제41대 미국 대통령은 여유 있게 이듬해 재선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의 전쟁영웅이자 명실상부한 세계 지도자로서 중동의 독재자를 응징한 아버지 부시는 대구와 비슷한 200여만 명 인구의 변방 아칸소 주지사이자 워싱턴 정계의 신인이었던 '빌 클린턴'에 의해 이변의 희생양이 됐다. 당시 드라마 같은 이변을 연출한 클린턴의 명대사는 "It's the Economy, Stupid!"였다. 가히 시대를 관통한 간결한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민주적인 선거제를 운영하는 국가에선 동서양을 막론하고 어떤 나라든 전쟁보다 치열하고 극적인 선거를 경험할 수 있다. 인구감소, 지방소멸이라는 폭풍전야와 같은 위기가 흐르는 대구도 며칠 후면 예외 없이 총성 없는 권력 전쟁과 마주할 것이다. 이 드라마 같은 전쟁에서 대구시민에게 진정한 승리를 안겨줄 시대정신과 맞닿은 명대사는 무엇일까?

위대한 개선장군을 굴복시킨 시골뜨기 주지사 빌 클린턴의 승리처럼 승자독식의 근시안적 태도로 점철된 '서울공화국'의 확장에 맞서 대구의 위기를 극복할 드라마가 펼쳐질 대구 유권자에게 꼭 필요한 대사로는 "문제는 대구다, 바보야!"가 마땅하다.

청년 인구 유출과 인구감소, 볼품없는 GDP 같은 지수들을 굳이 나열할 필요도 없다. 비어있는 상가, 활력이 사라진 공단 그리고 위기의 부동산은 대구시민이라면 누구나 체감하고 동의할 수밖에 없는 대구의 현실을 말해준다.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온 '대구의 위기'에 앞선 정치적 목표라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명제에 있어 정치적 이견을 보이는 정치인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국가 균형발전은 지역 불균형을 넘어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협하는 국가적 문제로 국민 모두 인식하고 있음에도 점점 심화하는 지역 불균형은 결국 문제 인식이 부족한 게 아니라 실천이 부족한 탓이다.

경기도 화성이 전국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등극했다는 뉴스와 대한민국의 명운을 걸고 추진한 반도체 특구마저 삼킨 수도권 독식은 불균형을 넘어 무서운 속도로 인재와 투자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기존의 균형발전을 위한 모든 정책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불행 중 다행으로 윤석열 정부는 산업화·민주화에 이은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을 지방시대로 제시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지방시대 실천계획'을 발표하며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실천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지고 있다. 이 계획의 실천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동량'들이 이번 총선을 통해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마땅하다.

대구 유권자들의 표심과 민심이 오로지 대구를 향하고 있듯 대구를 지역구로 희망하는 모든 후보 역시 대구의 위기 극복 및 생존을 직시할 때 지방시대는 비로소 정치를 벗어나 우리의 현실에 찾아올 것이다.

거대한 블랙홀이 되어버린 수도권에 경종을 울려야 마땅한 이번 총선을 마주한 오늘, 시골뜨기 구청장의 "문제는 대구다"라는 외침이 극적인 명대사로 등극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이다. 다만, 어쩌면 이번 총선이 추락 중인 대구의 반전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기에 소중한 지면을 빌려 소견을 펼치는 바이다.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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