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尹 대통령 담화, 대화 門 열었으나 醫難(의난) 해법으론 역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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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4-04-02 06:57  |  수정 2024-04-02 06:59  |  발행일 2024-04-02 제23면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대(對)국민 담화에서 "(의대 증원 2천명 방침과 관련) 정부가 충분히 검토한 정당한 정책을 근거도 없이 힘의 논리로 멈출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며 대화의 문을 열었다. 확정 안으로 고수해 온 '의대 증원 규모'도 논의할 수 있다는 진일보한 태도 변화다. 그러나 대안을 가져오라며 의료계에 공을 넘긴 건 소극적이었다. 난관도 적잖아 보인다. 대통령실이 전날 늦은 시각에 4개월 만의 '대국민 담화'를 갑자기 언론에 통보할 때만 해도 기대가 컸으나, 정부가 진전된 대안을 스스로 제시하지 않은 건 아쉽다.

담화는 애매했다. '증원 규모' 논의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의료계 안팎의 안들에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근거 없이' '중구난방으로' '으름장 놓고' '기득권 카르텔에 굴복 않겠다'는 언급에 오히려 대통령의 솔직한 심기가 엿보인다. '2천명 증원 논의 전 집단행동 철회'도 백기 투항을 요구한 것과 다름없다. 옳은 방향이라도 이런 전제의 벽이 현 사태의 해결에 도움 될지는 의문이다.

윤 대통령이 "힘의 논리로 멈출 순 없다"고 한 말은 정부에게도 적용된다. 이날도 강조한 '점진적 증원, 반대'를 고수한다면 대화는 어렵다. 조건 없이 대화 테이블에 앉는 게 중요하다. 의료계가 대통령의 뜻대로 '과학적이고 통일된 방안'을 만들려면 내부 의견 조율부터 만만찮다. 모든 것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도 '파국'을 '대화'로 국면 전환하는 것이 더 시급하다. 정부든 의료계든 이송 거부 끝에 숨진 33개월 아이의 불행이 곧 '나의 불행'이 될 때의 국민 분노를 어찌 감당하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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