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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소설 존애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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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용준 소설가. |
존애원은 임진왜란 직후 경상도 관찰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온 정경세가 지역 양반들의 계 모임인 낙사계 계원들과 함께 설립한 의료기관이다. 이들은 각자 처지에 맞게 재물을 출자하여 건물을 신축하고 곡식과 약재를 마련하여 오랜 전쟁으로 굶주림에 허덕이는 백성을 진휼하고 병마에 시달리는 환자들을 무료로 치료해 줬다.
역사 소설가 하용준은 지난 3년 동안 면밀한 자료조사와 현장 답사를 통해 존애원의 설립과 운영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한편, 소설적 상상력을 더해 임진왜란 이후의 열악하고 긴박했던 백성들의 실상을 사실감 있게 재현해냈다. 액자(額子)소설의 형태를 띠고 있는 이 소설은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을 교차로 배치하는 독특한 서사적 기법을 통해 200자 원고지 3천 매 분량의 내용을 흡인력 있고 드라마틱하게 전개하고 있다.
'존애원'의 이야기를 이끄는 두 중심축은 낙사계를 통합하고 상주 선비사회의 정신적 지주로 묘사되는 정경세와 그의 종 담야의 의술 성장기다. 소설 속에서 두 인물이 주축이 돼 다양한 인물군상들의 헌신적인 의료구민 활동이 펼쳐진다.
소설 '존애원'의 출간은 그동안 상주시에 건물로만 존재했던 존애원의 구료제민 활동상이 한 편의 장대한 역사 스토리로 제대로 복원되었다는 데에 그 의미가 있다.
존애원은 질병 앞에 무방비 상태였던 상주민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자생적으로 탄생한 의료기관으로 그 유래는 세계적으로 희귀하다. 백성들은 존애원에서 굶주림을 면했고 아픔을 달랬으며 병을 고쳐 나갔다. 이른 새벽부터 밤늦도록 드나드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다. 소설을 통해 마주하는 구료제민의 역사 현장은 오늘날 또 다른 의미에서 어려운 의료 현실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 진한 감동과 의미를 안겨준다.
이하수기자 songam@yeongnam.com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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