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인간 차별, 혐오·배제의 사회…'우리'는 안전할 수 있을까

  •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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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1-31  |  수정 2025-01-31 08:37  |  발행일 2025-01-31 제14면
美 이민자로서 차별 겪어온

저널리스트 안희경의 '경고'

정부 책임 짚으며 해법 모색

[신간] 인간 차별, 혐오·배제의 사회…우리는 안전할 수 있을까
이민자로서 수많은 차별을 겪어온 재미(在美) 저널리스트인 안희경이 신간 '인간 차별'을 펴냈다. 저자는 "혐오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지 않고 사회적 위험으로 되돌아온다"고 경고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언젠가 단식 중인 참사 유가족 보라며 맞은 편에서 치킨을 먹을 때, 쇼트커트 헤어를 한 여성이 페미니스트라며 묻지마 폭행을 당한 소식을 접했을 때,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두고 장애는 권력이라는 망언이 나올 때,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했다. "없는 사람들끼리 돕고 살아야죠"라고 말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은 물질적으로는 풍족하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만은 지금보다 넉넉했을지 모른다. 현재는 그런 연대를 잃어버렸다. 강자뿐만 아니라 약자도 약자를 혐오하는 세상이 됐다. 여기서 문득 의문이 든다. 타인이 안전하지 않은데, 나는 안전할 수 있을까.

이민자로서 수많은 차별을 겪어온 재미(在美) 저널리스트인 안희경이 신간 '인간 차별'을 펴냈다. 혐오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지 않고 사회적 위험으로 되돌아온다고 경고한다. 명백한 차별은 유혈 사태를 낳고, 은근한 배제는 사회의 결속을 서서히 무너트린다는 것. 이를 막기 위해 연대와 보살핌을 해결책으로 내세운다. 단지 상황을 슬퍼하는 일이 아니다. 더 나은 세계를 만들어가려는 의지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굳건한 이기심보다 느슨한 이타심이, 냉소적 구분보다 호의적 차이를 인정하고 보살핌이 함께 사는 데 필요하다고 말한다.

[신간] 인간 차별, 혐오·배제의 사회…우리는 안전할 수 있을까
안희경 지음/김영사/272쪽/1만8천원

책은 정체성에 관한 인간적 탐구기다.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바탕으로 '각자는 고유한 인간'이라는 명제를 깨우치기까지의 과정이다. 저자가 지난 20여 년간 이민자로서 직접 겪은 경험이 생생하게 담겼다. 국적이 어디인지 질문을 받는 이중국적자부터 백인에게 '깜둥이'라 놀림을 받던 한국계 미국인, 임금부터 처우까지 열악한 이주노동자, 이동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 다문화가정의 여성과 아이까지. 자신이 보고 듣고 만난 사회적 약자의 사연을 풀어놓는 동시에 이에 대한 국가의 대책과 지원은 있는지 질문한다.

책은 크게 2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구분의 선'에선 소수자가 느끼는 차별을 다룬다. 예컨대 주택을 매매할 때 장애인 편의시설을 철거해야 매수자가 늘어난다는 말은 경사로나 지지대를 설치해야 할 나이든 구매자를 고려하지 않은 말이 된다는 것. 2장 '집합의 면'에선 정부의 책임을 짚으며 차별에서 벗어날 방법을 모색한다. "많은 시민단체 활동이 마치 개울이 강으로 흘러들어 큰 줄기를 이루듯 행정에 변화를 만들어왔다. 자본에 종속된 신자유주의 시대지만 시 단위 규모에 집중해 변화를 강구하자"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을 빌려, 한국도 '대도시의 동이나 지방의 읍·면 단위'로 변화를 강구하자고 제안한다.

사회학자 엄기호는 이번 책에 대해 "약자들은 어디에서나 자기에 관해 묻고 이 자리에 자기가 있어도 되는지를 질문한다. 따라서 약자에게 정체성은 존재감의 근원이지만 동시에 타인의 시선에 대한 강렬한 의식이다. 타인을 규정지어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이 차별의 출발점이며 그 시선이 곧 우리라고 말한다"며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저자의 풍부한 만남과 섬세한 성찰을 따라가며 타인을 향한 시선을 자신에게로 돌릴 때 '서로 있음(inter-being)'의 존재가 되어 정체성을 서로에게 존재감으로 돌려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평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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