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 고령자에게 집은 왜 위험한 공간이 되었을까

  • 조현희
  • |
  • 입력 2025-02-07  |  수정 2025-02-07 09:02  |  발행일 2025-02-07 제18면
"노인 낙상사고 74% 집안서 발생"

기존 주거환경 위험성 들여다봐

자립·존엄 고려한 설계모델 제안

[신간]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 고령자에게 집은 왜 위험한 공간이 되었을까
신간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는 고령자가 안전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주거 해법을 담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주거 환경은 인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친다. 햇빛이 잘 들지 않기만 해도 불편하다. 쉽게 우울해진다. 초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주거 환경의 중요성은 더욱 대두되고 있다. 특히 노년의 주거 환경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다. 노인에게 집은 위험한 공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령자의 낙상사고 중 74%는 집 안에서 발생했다. 이 통계는 무언가 잘못 설계되고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화장실조차 안전하게 사용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밤에는 물도 참는다"는 말까지 나온다. 요양시설에서 생활하라는 권유를 받지만 내 삶의 흔적이 담긴 익숙한 공간을 떠나는 일은 쉽지 않다. 집이 노인을 지켜주기는커녕 오히려 위협이 되는 환경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신간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는 고령자가 안전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는 주거 해법을 담고 있다. 책의 저자는 해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천여 건의 프로젝트를 수행해온 노년 신경건축학 분야 전문가다. 그는 현실적인 고민을 생생한 사례와 통계를 통해 조명한다. 그러면서 "실버타운만이 해답이 아니라 '에이징 플레이스(Aging Place)'가 대안"이라고 강조한다.

[신간] 나이 들어 어디서 살 것인가, 고령자에게 집은 왜 위험한 공간이 되었을까
김경인 지음/투래빗/260쪽/1만8천원

나이 들면 어디에서 살지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실버타운이다. 이곳은 주거, 의료, 여가 공간이 결합된 노인 전용 공간이다. 언뜻 보면 노년의 낙원 같다. 그러나 저자가 직접 실버타운을 둘러봤을 땐 의외로 아쉬운 점들이 눈에 띄었다고 한다. 건물 외관은 고급스러웠지만 내부는 지나치게 표준화된 구조였다. 자연스러운 생활 공간이라기보다는 마치 관리 중심의 '시설' 같았다고 한다. 이와 달리 '에이징 플레이스'는 개인이 자신의 공간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한다는 개념이다. 저자는 미끄러운 바닥, 불편한 가구 배치, 어두운 조명 등 기존 주거 환경의 위험성을 지적하면서 문턱 낮추기, 안전 손잡이 설치 등 간단한 설계 개선이 에이징 플레이스를 만들 수 있음을 암시한다.

"침대 하나, 손잡이 하나처럼 작아 보이는 변화가 고령자의 존엄과 자립을 지킬 수 있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작은 변화들이 모여 도시 전체를 재구성하고, 결국 모두를 위한 미래를 설계하는 길이 됩니다." 책은 노년의 주거 환경 변화에서 시작해 모두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도시 설계의 필요성으로 논의를 확장한다. 먼저 벤치 설치, 보행로 정비, 세대 간 교류 공간 마련 등 작은 변화만으로도 도시를 나이 들어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 우리나라보다 30년 먼저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의 주거·도시 설계 사례를 참고해 한국 현실에 맞는 대안을 제시한다. 대표적으로 노년층과 젊은 세대가 공존하며 정서적 안정감을 주고받는 '셰어 가나자와'다. 노인의 고립을 줄이고 돌봄과 독립성을 지원하는 점에서 주목한다. 이를 바탕으로 밀집된 아파트 중심 구조를 가진 한국의 특성을 고려한 '도심형 세대 통합 주거 모델'을 제안한다.

저자 김경인은 경관 디자인 회사 〈주〉브이아이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경희대 조경학과와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거쳐 일본 교토대 대학원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했다. 정부기관,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심의·자문위원 활동을 하면서 시민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경관 만들기를 실천해 오고 있다. 2007년 '여수시 경관계획국제현상공모 우수상', 2008년 '대한민국 공공 디자인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조현희

문화부 조현희 기자입니다.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인기뉴스

영남일보TV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

영남일보TV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