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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쫓겨난 권력자'는 독선과 타락으로 무너진 권력자들의 사례를 분석한다. 권력을 잡은 무솔리니의 모습. <위키백과 제공> |
한때는 영웅이었다. 대중의 열렬한 지지를 받으며 등장했다. 개혁을 외쳤다. 새로운 시대를 약속했다. 권력을 거머쥔 순간 변화가 시작됐다. 독선에 빠졌다. 공권력은 개인의 도구가 됐다. 한때는 선량한 시민이었으나 최후엔 최악의 권력자로 기록됐다. 그렇게 역사는 반복됐다. 그들은 어떻게 권력에서 쫓겨났을까?
신간 '쫓겨난 권력자'는 현대사 속 독선과 타락으로 무너진 권력자들의 사례를 분석한다. 바샤르 알아사드부터 무솔리니, 카다피, 사담 후세인까지. 이들은 각기 다른 시대, 다른 국가에서 권력을 잡았지만 모두 비슷한 방식으로 몰락했다. 독재자의 전형적인 말로(末路)와 그들이 남긴 상처를 통해 역사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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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천기 지음/디페랑스/284쪽 /1만8천800원 |
독재자의 몰락은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책은 지도자가 권력에 취하는 순간부터 몰락이 예고된다고 말한다. 이들의 공통된 레퍼토리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의 신화에 종속된 노예가 된다는 점. 둘째, 한 번 장악한 권력은 필히 장기독재로 이어진다는 점. 셋째, 장기독재를 위해 군과 경찰 등 공권력을 정권의 하수인으로 만든다는 점. 그리고 이 과정에 정적 탄압과 무고한 민간인의 희생이 뒤따른다는 점. 넷째, 부정 축재는 부패한 권력의 결과가 아니라 원인이라는 점이다. 끝은 결국 '불명예 퇴장'이다.
아이러니한 건 그런 과오를 정당화하면서까지 그들을 추종하는 시민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이탈리아 프로축구 경기장에선 파시즘의 망령을 떠올리는 희귀한 일이 벌어졌다. 프로축구 리그 유베 스타비아팀에서 뛰고 있는 무솔리니의 증손자 로마노 무솔리니가 프로 데뷔 첫 골을 기록했다. 관중들은 단체로 일어나 '무솔리니'를 연호하며 파시스트식 경례를 했다. 책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아직도 이탈리아 사람들의 마음 한구석에는 파시스트 무솔리니에 대한 동경과 추억이 진하게 남아 있는 듯해 씁쓸하기만 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시간을 상세히 담아낸다.
역사를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함에 있다. 역사 속의 사례를 돌아보는 일은 우리의 내일을 내다보는 일이기도 하다. 저자는 "민중을 도탄에 빠뜨리는 어리석은 지도자에 대한 심판은 피할 수 없는 역사적 귀결"이라고 강조하며, 권력자들이 '왜'라는 평범한 질문에 언제나 답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평범한 질문조차 답할 수 없다면, 이미 독재의 길로 가고 있다는 강력한 신호이다. 그리고 그 독재의 끝이 어떠했는지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없을 것이다. 이 땅의 지도자들이 역사를 배워야 하는 이유이다."
저자인 박천기는 서울대에서 스페인중남미문학을 공부했다. 한양대에서 언론정보학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1994년 KBS에 프로듀서(PD)로 입사해 교양, 다큐멘터리,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해 왔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생방송 오늘' '가로수를 누비며'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엄정화의 가요광장' 등이 있고, 저서로는 '크게 라디오를 켜고'(공저, 2016)가 있다.
조현희기자 hyunhee@yeongnam.com

조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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