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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영기자〈경제팀〉 |
대구만큼 다채로운 '유통 대전'을 볼 수 있는 곳도 없다. 아직까지 지역을 지키고 있는 향토 백화점인 대구백화점과 동아백화점이 지역민 곁을 떠나지 않고, 유통 3사(社)라고 불리는 신세계·현대·롯데가 지역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경기 침체로 소비자들의 지갑이 점차 닫히면서 '고급'의 대명사로 불리는 백화점도 조금씩 힘을 잃어가고 있다.
지난달 롯데백화점 대구점에 큰 이슈가 있었다. 버버리, 프라다, 페라가모, 생로랑, 토리버치까지 5개 명품 브랜드가 한꺼번에 영업을 종료한 것. 철수한 브랜드인 페라가모와 버버리는 2003년 롯데 대구점 오픈부터 함께 했고, 프라다는 2006년 대구점에 입점해 10여 년간 인연을 이어왔다.
백화점의 '명품' 브랜드 입점은 사활이 걸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높은 가격대로 책정된 제품들이 많아 백화점 매출을 올릴 뿐 아니라 백화점의 이미지 제고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명품 브랜드가 하나만 철수해도 백화점 타격이 적지 않다. 동시에 5개의 명품 브랜드가 떠난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도 그리 유난은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백화점들의 행보와 달리 롯데백화점은 다른 방향의 결정을 내렸다. 또 다른 명품 브랜드를 데려오기보단 MZ 등 젊은 고객을 사로잡기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채우기로 결정한 것. 이는 대구 최초의 관광특구인 동성로와 인접해있을 뿐 아니라 최근 대경선이 개통하면서 대구역의 젊은 고객 유입이 활발해졌다는 데 기인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매장은 없지만, 롯데백화점 대구점에는 젊은 세대 고객이 선호하는 SPA 브랜드, 드럭스토어, IT 전문숍, 유명 F&B 브랜드가 입점할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 백화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백화점'으로만 운영되면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례로 대구 현대시티아울렛 1층에는 꽃집이 있다. 대개 '백화점 1층=명품'이란 공식이 깨진 지도 오래됐다는 것이 업계의 의견이다. 공식을 깨는 것이 쉽지는 않았겠지만, 백화점들도 그 나름대로 생존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롯데백화점의 결정이 향후 지역 유통업계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028년 경산 개점을 앞둔 현대 쇼핑몰을 비롯해 향후 10년 내로 대구경북에 여러 프리미엄 쇼핑몰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돼 백화점의 입지는 더 좁아질 수 있다. 지역 유통업계의 중심에 있는 백화점들이 살아남을 색다른 생존 전략을 짜야 할 이유다. 지금도 계속 벌어지고 있는 '유통 전쟁' 속에서 지역 백화점들이 저마다의 콘셉트를 설정해 지역 경제의 주축으로 자리 잡아주길 기대해 본다.
이남영기자〈경제팀〉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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