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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
우리는 이처럼 매일 거울을 보고 직접 만져보면서 몸이 탄탄하게 근육으로 채워졌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운동 부족으로 몸이 망가지기 전에 미리 알아채고, 운동을 통해 근육을 만들며 건강을 유지합니다. 문득 우리 뇌도 이렇게 매일 보고 만져보면서 건강한 신경세포로 채워지는지 확인할 수 있는 거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상상해 봅니다. 천재 물리학자인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박사는 "뇌를 사용할 때, 마치 근육을 사용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뇌는 근육과 공통점이 있습니다. 쓰면 쓸수록 강화된다는 점이죠. 근육의 경우, 부위에 맞게 훈련하면 배는 탄탄한 복근으로 채워진 식스팩을 만들 수 있고, 팔뚝은 우람한 알통으로 채울 수 있습니다. 뇌는 어떨까요? 물론 우리 뇌도 근육처럼 훈련으로 강화할 수 있습니다.
뇌는 신경 가소성이라는 특성 덕분에 학습 혹은 경험을 통해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을 보입니다. 과거에는 성인이 되면 뇌는 더 이상 성장하지 않고 고정된다고 알고 있었지만, 21세기에 들어서 신경 가소성 덕분에 뇌는 훈련을 통하면 계속 성장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발견을 통해 뇌졸중과 같은 뇌 손상으로 생긴 운동기능 장애도 적절한 재활훈련을 통해 회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죠. 이런 운동기능 회복뿐만 아니라, 뇌 가소성을 활용한 특정 학습훈련을 통하면 학습 장애도 치료할 수 있습니다. 즉 뇌세포도 근육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훈련프로그램을 통해 지속해서 잘 관리하면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럼 과연 뇌세포는 앞에서 이야기한 아인슈타인 박사의 말처럼 근육과 같은 방식으로 강화될까요? 2025년 2월 미국 애슈턴에 있는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자넬리아 캠퍼스)'의 Jennifer Lippincott-Schwartz 박사 연구팀이 'Cell'지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통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합니다. Lippincott-Schwartz 박사 연구팀은 뇌세포는 근육 세포가 수축을 유발하는 방식과 유사하게 칼슘 신호를 증폭한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증폭된 뇌세포의 칼슘 신호는 신경 연결과 기억 형성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단백질인 CaMKII라는 효소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학습과 기억을 강화한다는 것을 밝혔습니다. 즉 근육 세포가 수축하고 이완하는 운동을 열심히 하면 몸짱이 되는 것처럼, 신경세포도 열심히 칼슘 신호를 증폭하면 뇌짱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정말 아인슈타인 박사는 물리학 분야뿐만 아니라 의학 분야에도 탁월한 식견을 갖고 있었네요, 이처럼 근육 세포와 뇌세포는 생각보다 공통점이 많다는 것을 간파했으니까요. 그리고 이 연구 결과는 향후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 질환에서 인지 기능 장애를 이해하고 이를 극복하는 치료법 개발에도 활용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발견입니다.
참고로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하워드 휴스 의학연구소(자넬리아 캠퍼스)'는, 세계적인 거부인 하워드 휴스가 조성한 '하워드 휴스 연구재단'이 2006년 신경생물학 문제를 다학제간 도전적인 연구로 해결한다는 목표로 조성한 의학연구소입니다. 연구소를 개소한 지 채 10년도 되지 않은 2014년, 이 연구소 소속 Eric Betzig 박사가 노벨 화학상을 수상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었죠. 이 연구소는 이런 우수한 연구자와 연구 성과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연구자들의 상상력을 배려한 아름다운 조경과 현대식 건물로도 유명합니다. Lippincott-Schwartz 박사 역시 이런 최적의 환경에서 이처럼 중요한 연구 결과를 발표한 것이 아닌가 상상해 봅니다. 영남일보 독자님들도 가족이 함께 활발한 운동과 독서로 몸과 뇌 건강 모두 잘 챙기시길 기원합니다.디지스트 뇌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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