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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간 일하던 마을카페 콩닥콩닥을 떠나는 이상철 점장. |
대구 달서구 이곡동에 자리 잡은 '마을카페 콩닥콩닥'은 2021년부터 주민들의 사랑방이자 문화공간 역할을 해왔다. 이곳을 이끌어온 이상철 점장은 이곡동에서 30년 가까이 살아온 토박이지만, 최근 자녀의 학업을 위해 대구를 떠나기로 했다. 지난 금요일, 그의 환송회가 열리자 많은 주민들이 아쉬운 마음을 전하며 배웅했다.
이상철 점장이 바리스타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남다르다. 이 점장은 "커피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다. 그런데 마침 쉬고 있던 때라 마을에서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듣고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 카페가 문을 열 때, 주민들이 함께 집기를 마련하고 공간을 꾸몄는데, 그는 전공을 살려 음향시설과 기계를 설치하는 일을 맡았다. 이후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카페가 자연스럽게 주민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자리 잡는 동안, 그의 손길이 곳곳에 닿았다. 마을 축제나 구청 행사에서도 음료를 준비하며 '콩닥콩닥'의 의미를 널리 알렸고, 그 덕분에 이곳은 동아리 전시회나 다양한 모임이 열리는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이곳이 대구시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후, 그는 꾸준히 커피 교육을 받으며 쉬는 날에도 자료를 찾아보며 실력을 키웠다. 그 결과, 손님 한 명 한 명의 취향에 맞춘 음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고, 아이들도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도록 가격을 낮췄다. 처음엔 어색해하던 아이들도 이제는 친구들과 함께 와서 와이파이를 쓰거나 화장실을 이용하는 단골이 됐다.
이 점장은 "카페 앞 공원에 어르신들이 많은데 한 번은 마을 축제에서 받은 상품권을 모아 오셔서, 인원수에 맞춰 넉넉하게 음료를 드린 적이 있다. 그 후로 단골이 되셔서 '커피 아지야'라고 불러줬다"고 했다. 손님들에게 맞춤 음료를 내어주는 것보다, 처음에는 얼굴과 이름을 외우는 게 더 어려웠지만, 자주 오가는 인사 덕분에 이제는 자연스럽게 취향까지 기억하게 됐다고 이 씨는 말했다.
환송회에 참석한 주민 최수경 씨는 "우리 동네에서 컴퓨터나 기계가 고장 나면 척척 고쳐주던 다재다능한 바리스타다. 행사 때마다 끝까지 남아 정리까지 도맡아 주시던 분인데, 이제 카페에서 못 본다니 많이 아쉽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주민 조성현 씨도 "우리 마을 모임의 막내였지만, 힘든 일을 도맡아 해주던 듬직한 사람이다. 어디서든 사랑받을 거라 믿는다"라며 그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했다.
"바리스타로 일한 4년 동안 커피를 이해하는 법뿐만 아니라,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많이 배웠다" 이 점장은 마지막까지 앞치마를 두른 채 커피머신을 점검하며 조용히 자리를 정리했다. 앞으로 '마을카페 콩닥콩닥'은 요일마다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며, 그가 남긴 따뜻한 흔적을 이어갈 예정이다.
글·사진=강미영 시민기자 rockange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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