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따뜻한 봄, 안전으로 피어난다

  • 심춘섭 대구동부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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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5-03-20  |  수정 2025-03-20 07:24  |  발행일 2025-03-20 제21면
[기고] 따뜻한 봄, 안전으로 피어난다
심춘섭(대구동부소방서장)
따스한 봄볕이 스며드는 계절, 우리는 새로운 시작을 꿈꾼다. 하지만 이 시기는 겨울 내내 얼었던 땅이 녹으며 지반이 약해지고, 구조물이 불안정해지는 해빙기이기도 하다. 얼었던 강이 풀리면 흐름이 변하듯 이 시기에는 예상치 못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안전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봄의 따스함도 오래가지 못한다. 이런 시기일수록 우리의 관심과 대비가 필요하다.

소설가 김훈은 에세이 '불자동차'에서 "소방관들은 사람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불길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들이 품고 나오는 것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추억과 희망이다"라고 했다.

우리는 삶의 모든 순간이 쌓여 만들어진 터전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종종 잊곤 한다. 봄날 창문을 열고 스며드는 바람을 맞이하는 순간도,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 식사도 모두 안전이 있어야 지속될 수 있다.

해빙기에는 지반이 불안정해지면서 축대 붕괴나 공사장 주변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특히 노후된 건축물이나 급경사지 인근을 지날 때는 더욱 주의해야 한다. 등산을 계획할 경우에도 낙석 위험이 커지는 시기이므로 안전 장비를 갖추고 사전에 기상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사소한 방심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또한, 해빙기에는 크고 작은 화재 위험도 증가한다.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으로 인해 작은 불씨가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쓰레기를 태우거나 논밭에서 불을 피우는 행위는 삼가고, 실내에서는 전열기구 사용 후 반드시 전원을 차단해야 한다. 가정과 사업장에서는 소화기와 화재감지기를 점검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용법을 익혀 두는 것이 중요하다.

도로 상황도 예외는 아니다. 낮 동안 녹았던 눈과 얼음이 밤새 다시 얼어붙으면서 도로가 미끄러워지고, 노면 침하로 인한 포트홀(pothole) 발생이 늘어나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 주의해야 한다. 감속 운행과 안전거리 확보는 기본이며, 보행자는 길을 건널 때 주변을 세심히 살피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 안전은 단순한 주의가 아니라, 생활 속에서 반복되는 실천이다.

해빙기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개인의 노력뿐만 아니라 기관과 기업의 적극적인 예방 활동이 중요하다. 지자체는 위험 지역을 점검하고 보수 작업을 강화해야 하며, 건설 현장에서는 지반 상태를 면밀히 조사해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 시민들도 생활 주변에서 위험 요소를 인지하고,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관계기관에 신속히 신고하는 것이 필요하다.

위험을 예방하는 지혜는 예부터 강조됐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처럼, 사소한 대비가 큰 재앙을 막을 수 있다. 이를 뜻하는 사자성어로 '안불망위(安不忘危)'가 있다. 평안한 때에도 위태로움을 잊지 말고 스스로 경계할 것을 당부하는 선조의 가르침이다. 균열이 생긴 담장, 움푹 패인 도로, 느슨해진 안전망 하나가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점검하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일상은 안전 위에서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봄날의 풍경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안전이 있기에 가능하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안전을 위해 묵묵히 헌신하는 이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도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안전을 위한 작은 실천이 모이면, 우리는 더 따뜻하고 평온한 봄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안전한 환경은 결코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관심과 노력으로 따뜻한 봄은 피어난다.심춘섭(대구동부소방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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