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석의 풍경과 사람 .18] 대구단편영화제 남태우

  • 입력 2007-11-16   |  발행일 2007-11-16 제36면   |  수정 2007-11-16
"대구단편영화제 전국적으로 꽤 알려졌지만… 市 지원 부족해 아쉽다"
게임·뮤지컬행사엔 수억원씩 지원하면서
단편영화제엔 왜 그렇게 인색한지 안타까워
작가들 열정이 그나마 유일한 버팀목
[이하석의 풍경과 사람 .18] 대구단편영화제 남태우

태우(41)와 영남일보는 자주 만나는 편이다. 지난해 초(1월5일자)에도 영남일보가 꽤 크게 그를 소개(인물열전 12)했다. 영남일보만 그런 게 아닐 것이다. 대구지역의 매체가 그를 자주 찾는다. 워낙 척박한 문화풍토라 대구 영화판에 대한 관심이 다른 부문에 비해 적지만, 그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그는 늘 영화관련 행사판의 중심에 서 있어서, 행사마다 '얼굴 마담' 노릇을 톡톡히 한다. 어찌 얼굴마담 뿐이겠는가? 대구 영화의 당면 과제를 껴안고 씨름하면서 이른바 '싸가지 없고 돈이 안된다'는 독립영화의 전망을 왁자지껄하게 열어가고 있다.

지난달 28일 끝난 제8회 대구단편영화제는 그동안 축적해온 대구 단편영화제의 노하우를 잘 보여주었다. 대구단편영화제는 이제 전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외형상 그렇다는 것이지 속을 들여다보면 전국의 유명 단편영화제에 비해 열악하기 짝이 없다. 시가 지원하는 액수는 3천만원에도 못 미친다. 상금만 해도 2천만원이니, 그 돈을 빼고 남은 돈을 달리 다른 데 갖다붙이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올 영화제를 결산하니 몇 백만원 적자였다"고 그는 씁쓰레한다. 그런 정도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구 영화제가 나름대로 역할을 했고, 결과적으로 전국적인 유명세를 타는 게 신기할 정도다.


#대구단편영화제 전국적 명성 얻어

게임 페스티벌이니,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이니 하는 행사에 지원하는 7억~8억원의 예산과는 비교가 아예 안된다. 그러니 대구시의 지원은 거의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전국 작가들의 열기와 지원에 힘입어 버티는 거죠." 남태우는 유난히 작가들의 힘을 내세운다. 단편영화에 대한 관심 고조도 힘이 된다. 이번 영화제에는 무려 488편이 출품돼, 본선경쟁에서는 그 가운데 16편이 선정됐다. 단편영화에 대한 열기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런 열기가 있기에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대구단편영화제의 기세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단편영화에 대한 관심은 작가들 뿐만 아니라 관객층의 두께로도 가늠되어진다. 대구에는 독립영화 팬이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지금은 2천여명의 관객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구 영화의 앞날을 긍정적으로 내다볼 수 있는 것도 이런 열기와 관객층의 두께 때문이다.

단편영화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우리나라 영화판의 판도변화에도 영향을 받는 듯하다. 과거 도제형식으로 영화가 만들어지는 게 보통이었으나 지금은 그런 시스템이 해체되고 있다. 그대신 단편영화 등으로 단련된 인재들을 서울 충무로 등 영화판에서 스카우트하는 풍토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해동안 데뷔하는 60~70명의 신인 감독들이 독립영화를 통해 이름이 알려지면서 충무로로 진입하고 있다. 그래서 단편영화판을 두고 한국영화의 자양분이라 말해지기도 한다. 독립영화의 열기를 통해 한국 영화가 영양을 공급받고 있다는 것.


#"관객에게 보여질 때만이 영화"

대구단편영화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대구에도 독립영화 바람이 일어날 조짐이다. 관련 행사와 이벤트도 끊이지 않는다. 대구독립영화제에 이어 8일부터 13일까지 대구예술영화전용관인 동성아트홀에서는 '11월, 가족을 생각하다-가족 또는 패밀리 이야기'라는 주제의 작은 영화제가 열렸고, 21일부터 내년 1월16일까지 전국 6개도시를 순회하는 전수일 감독 특별전도 곧 열릴 예정이다. 전 감독 특별전은 대구·경북독립영화 협회가 주최한다. "전국의 극장을 처음으로 순회한다는 점에서 성과가 클 것"이라 내다보는 남태우는 "이를 통해 독립영화를 상영할 개봉관 수를 확보할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지금까지 단편영화 등 비상업적인 영화들은 의욕적인 작품활동에도 불구하고 사장되기 일쑤였다. 연간 생산되는 500편 이상의 독립영화들이 빛을 보지 못한 채 묻혀버리고 있다. 이처럼 활로를 뚫지 못하자 많은 작가들이 상업영화에 편승하기도 해 작품들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험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보여질 때만이 영화"라고 그는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독립영화가 보여질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그는 독립영화협회와 더불어 그 문제 해결책에 골몰하고 있기도 하다. "배급과 상영이라는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영화인들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의 행정이나 정책의 배려와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구 미디어센터가 올초에 개관됐고, 아직 개관은 안됐지만 안동에도 미디어센터가 조성되고 있다. 이 기구들은 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지원에도 불구하고 그 운영이 영화의 활성화를 위해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태우는 이런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특히 대구단편영화제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영화제이지만, 이를 받쳐주는 시스템이나 지원이 없어 그 효과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는 게 아쉽다. 최근 되살아나는 동성아트홀의 활기로 배급부문은 어느 정도 알려지고 있으나, 제작부문은 여전히 활로를 못찾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지자체가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영상·미디어 통해 소통하고 싶어 영화 선택"

남태우가 대구 영화판에 발을 들여놓은 지 이제 7~8년이 됐다. 영화판에 발을 들여놓은 가장 큰 이유는 영상과 미디어를 통한 '소통' 욕구가 강했기 때문이었다. 새로운 매체의 접근 욕구도 컸다. "무엇보다 현실 변혁을 위해 활동했던 과거(그는 이른바 운동권 출신이다)의 짐을 벗고, 새롭게 우리 현실을 말하고 싶어 영상 쪽의 발언을 택했다"고 그는 말한다. 문학도 있지만, 그보다는 영상매체의 매력이 커보였던 게다. 이는 새로운 세기 이후 젊은이들 사이에서 영상에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과 궤를 같이한다.

영화판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그의 일욕심이 발동했다. 대구에 독립영화협회가 창립되면서 그해 첫 단편영화제를 만들었다. 말하고 표현하는 작품만들기에 매달리고 싶으나, 제반여건의 해결을 위해 영화행정과 정책의 미흡을 타개해야 한다는 점을 절감, 배급과 정책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여전히 단편 한 두 편을 만들고 있기는 하나, 앞에서 말한 일들이 만만찮아 온전히 작품에만 몰두할 수 없는 게 불만이다. 그래도 그는 열심히 영화판에서 산다. 대학에 출강하면서 독립영화 전반의 일을 하는 것은 바쁘고 '돈이 안되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아주 재미있다"고 말한다. 생활이야 "결혼을 안했기 때문에 크게 어려울 게 없다"고도 말한다.

영화 인프라가 구축되고, 제작여건이 좋아져 대구영화의 앞날이 밝아지고, 배급과 상영 원활로 수입도 생겨, 독립영화도 연봉 1억원을 올리는 그런 꿈같은 풍토를 위해 매진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그의 활동은 대구 영화계의 미래를 여는 것은 물론, 독립영화의 활로를 위한 선구자적 면모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다.


#대구단편영화제는?

대구독립영화협회 주최로 2000년 3월 창립됐다. 대구지역 영상제작 활성화 기치를 내걸고 있다. 본선 경쟁과 더불어 대구·경북지역의 작품만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 섹션인 애플시네마 부문을 두어 독립단편영화의 활성화와 지역의 영상제작 제고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수상작 선정도 작가들의 자유투표에 의해 선정, 기존의 비평적 질서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신선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신인과 신작을 중심으로 특히 신생작가들의 등용문 역할에 역점을 두어왔다.

지난 달 24일 개막, 5일동안 열렸던 올해 제8회 영화제는 500편 가까운 출품작들이 쇄도할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개막식에는 매진 사례를 기록할 정도로 많은 시민이 몰려 진행자들을 놀라게 했다. 특히 예술영화전용극장과 소극장 중심으로 진행됐던 종래의 타성에서 탈피, 상업영화 상영관 진출을 시도하기도 하는 등 관객을 향한 열린 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와 미장센단편영화제, 부산의 아시아단편영화제 등과 함께 우리나라 4대 단편영화제로서의 위상을 과시할 정도로 그 비중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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