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아버지의 과오에 고개 숙이다

  •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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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09-25   |  발행일 2012-09-25 제2면   |  수정 2012-09-25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 어두운 역사
정치발전 지연, 딸 아닌 대선후보로 사과”
국민대통합위 설치…과거사 고통·아픔 치유
박근혜, 아버지의 과오에 고개 숙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한 후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가 ‘박정희 시대’의 어두운 역사에 대해 사과했다.

박 후보는 24일 여의도 당사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며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대선주자로서의 첫 공식 사과다.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에서 대폭 수정된 발언이다. 대통령 후보로서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의지다. 역사인식 논란을 털지 않고서는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를 막을 수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추석 민심을 잡기 위한 반전 카드인 셈이다.

박 후보는 ‘박정희 시대’를 객관화하려고 애썼다. 그는 “오늘 한 아버지의 딸이 아니라 새누리당의 제18대 대통령 후보로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과거사와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대한민국의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상 보다 냉정하고 국민과 공감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기록적인 성장 뒤편에 열악한 노동환경으로 고통받은 노동자들의 희생이 있었고, 북한에 맞서 안보를 지켰던 이면에 공권력에 의해 인권의 침해를 받았던 적이 있다”며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의 가치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인정(人情)’에도 호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후보는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하는 것, 더구나 공개적으로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며 “국민이 저에게 진정 원하시는 게 딸인 제가 아버지 무덤에 침을 뱉는 것을 원하시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저도 대통령을 아버지로 두었기에 역사의 소용돌이를 피해갈 수 없었다”며 “어머니, 아버지 두 분 모두를 흉탄에 보내드리고 개인적으로 절망의 바닥까지 내려가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박 후보는 마지막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 설치 구상을 밝히면서 “과거사 문제를 비롯해 국민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 이제는 증오에서 관용으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에 대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박 후보는 이날 새누리당 부산시당 선대위 발족식에 참석, “선거에서부터 네거티브라든가 과거 논쟁으로 일관해서는 국민에게 희망을 드릴 수 없다”며 과거사 논란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조진범기자 jjcho@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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